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은 이날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의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까지 한미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는 코바치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미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국보다 훨씬 먼저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현지에 대사관이 있는 미국은 이미 확보한 외교 채널을 가동해 권 대표에 대해 우리보다 먼저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몬테네그로에 대사관이 설치돼 있지 않아 인접 국가인 세르비아 대사관이 몬테네그로를 관할하고 있다. 주세르비아 한국 대사관은 전날 몬테네그로 외교부·법무부 관계자들과 만나 권 대표의 조속한 송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코바치 장관은 권 대표가 어느 국가로 송환될지는 범죄의 중요성, 범죄인 국적,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를 기준으로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권 대표에 대해서만 인도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한국은 권 대표와 그의 측근 한 모 씨 등 2명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 날짜에서 앞섰다는 점은 한국과의 ‘송환 경쟁’에서 좀 더 유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송환 국가를 정할 때는 범죄인 국적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미국과 한국 중 어느 쪽에 우선권이 갈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코바치 장관도 “현 단계에서 두 국가 중 어느 쪽이 우선권이 있는지 말하기 어렵다”며 “싱가포르도 아직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 대표는 한 씨와 함께 23일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코스타리카 위조 여권을 갖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검거됐다.
그는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 직전인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두바이를 거쳐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다시 인접 국가인 몬테네그로를 통해 두바이로 가려다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