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림 사장이 대표이사 후보에서 물러나고, 기존 이사회가 사실상 와해된 가운데 KT 정기주주총회가 열렸다.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리(KT경영기획부문장)는 "신속히 정상화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KT는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건이 통과됐다.
이날 주주총회 시작 전부터 KT전국민주동지회는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도 물러나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들은 “박종욱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구현모 등과 함께 법정을 오가는 사람”이라며 “구현모 대표이사 연임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인 동시에 폭압적 노무관리 체제의 핵심 인사”라고 주장했다.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집행위원장은 “불법 경영에 참여했던 자들은 서로 묵인해주고 끌어주고 당겨주고 밀어주면서 승승장구해 최고위층인 핵심 경영진을 장악하게 된 것”이라며 “기득권을 끝까지 놓지 않고 KT 경영권을 장악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는 누구의 동의도 받지 않았고, 실제로 신뢰를 못 받고 있다”며 “즉각 박종욱 직무대행 체제는 총사퇴하고 비상경영회의에 일절 참여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주주총회 개최 직전 사외이사 후보 3명이 동반사퇴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강충구 이사회 의장과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는 이날 임기가 만료돼 재선임 후보에 올랐으나 사퇴를 결정했다. 대표이사 선임 안건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폐기되면서 KT 주주총회는 핵심 안건 없이 성토의 장이 됐다.
소수노조 관계자들은 장내와 장외에서 범죄자가 아닌 통신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겨야 한다는 취지 등의 주장을 크게 냈다. 최근 사태에 대해 항의하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 직무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며 "이와 동시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달랬다.
윤경림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을 지지했던 소액주주도 이번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KT소액주주모임 네이버 카페 운영자는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시는 KT에 이런 외압이나 외풍이 없을 수 있도록 정관 변경을 통해 정치권들의 비전문가가 회사에 내려와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것을 막아주시고자 다음 임시주총 때 관련 정관을 변경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주주들의 의견이 그런 과정에서 조금은 반영돼 공정하고 상식적인 기업 운영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을 겨냥해 "지금 줄줄이 대표 후보자가 사퇴해 비상경영 체제가 되고 52주 신저가가 이뤄졌다는 것을 과연 상식적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인가 생각된다"고도 비판했다.
A 씨는 "지금 경쟁사들은 하루가 멀다고 성장하며 나아가는데 쫓아가서 역전시키고 세계적인 기업이 돼도 시원치 않은 판에 이런 경영 공백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은 정말 주주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이 되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자진사퇴한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이사는 상법상 이사 수가 3명 이상 유지돼야 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차기 사외이사 선임 전까지 업무를 수행한다. KT 사외이사는 이강철 이사의 사임을 시작으로 벤자민 홍, 유희열, 김대유 이사가 잇따라 물러났다. 이날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까지 모두 사퇴하면서 김용헌 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만 남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