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율 좋은데도…노후실손 보험료 최대 50% 인상한 손보사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노후실손 의료보험료를 최대 50%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실손보험은 일반 실손보험보다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양호한데도,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노후실손보험료를 14.5~50% 수준으로 인상했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손해보험의 인상 폭이 50%로 가장 컸다. 이 밖에 △메리츠화재 14.5% △삼성화재 14.8% △현대해상 11.7% △KB손해보험 19.3% △DB손해보험 17.2% △농협손해보험 16.2%로 집계됐다. 손보사들은 작년에도 최대 24.7% 수준으로 인상한 바 있다.

문제는 노후실손보험은 일반실손보험보다 손해율이 양호한데도 보험료 인상을 매년 단행한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손보는 손보사 중에 손해율이 가장 낮았지만, 가장 큰 폭으로 보험료를 올렸다. 지난해 노후실손보험 경과손해율은 △메리츠화재 82.2% △롯데손보 60.2% △삼성화재 69.2% △현대해상 83.6% △KB손해보험 102.8% △DB손해보험 81.6% △농협손해보험 89.4%였다.

생명보험사들은 오히려 가격을 낮췄다. 손해율이 비교적 양호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10.5% 수준으로 보험료를 내렸고, 삼성생명은 5.9% 인하했다. 지난해 기준 한화생명의 손해율은 50%, 삼성생명은 53.4%로 나타났다.

보험사들은 올해 일반 실손보험료를 평균 8.9% 인상한 바 있다. 135%의 높은 손해율로 두 자릿수 인상률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주장했지만, 물가상승을 우려한 정부의 압박으로 한 자릿수로 결정났다. 이를 두고 일반 실손보험과 달리 노후실손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 건 당국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4년 선보인 노후실손보험은 고령자의 의료보장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의 주도로 보험사와 합의해 도입한 상품이다.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층의 의료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보험사는 고령층의 손해율이 높아 가입연령을 늘리는데 소극적이었다.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로 고령층 특화 실손보험 상품 도입을 추진한 것이다.

1년 만기 자동갱신형 상품으로 50~75세가 가입 대상이다. 높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기본적인 보험료가 일반실손보다 비싸고, 보장도 제한돼 급여 부분 80%, 비급여 부분 70%만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다만 보험사의 부담을 낮추고 병·의원의 과잉 이용을 막고자 자기 부담률을 20~30%로, 일반실손보험(10~20%)보다 높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후실손보험은 이대로 가다간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외면하는 상품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보험사들도 의도적으로 디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당국의 주도로 출시됐지만, 실효성이 떨어지자 뒷전으로 밀린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물’”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