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토크] 디지털 시대에 맞는 선거제도를 도입하자

입력 2023-04-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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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 미래학회 부회장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고,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비례 대표제를 변경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미 불신을 받는 정치권의 논의에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하려는 제도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의도는 자신에게 더 유리한 선거제도를 도입하려는 당리당략에 따른 싸움으로 비치고 있다.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 선거가 끝날 때마다 선거 결과에 대한 불신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의 문제에 기인하는 것도 크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선거제도는 시대적 변화와 국민적 요구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적인 것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중임제로 변경하는 것이나 헌법 개정 사항이라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의 취지는 더 민심이 잘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고,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변경한다고 민심이 더 잘 반영될까?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면 국회의원 1명이 대표하는 국민의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국민과의 접촉이 더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에 유권자의 과반이 몰려 있고 비슷한 정치적 동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원 수를 늘린다고 유권자의 민심이 더 잘 반영될 것 같지는 않다.

1인1표 아닌 10표를 나눠 행사한다면

다음의 이슈는 사표화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기 위해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 1명이 아닌 2~3명의 의원을 뽑는 방식이다. 정당별로 지역을 독점하고 있어 2위 후보는 모두 낙선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어 정당 후보별 득표율이 반영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전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대신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여 정당득표율만큼 지역구(소선거구) 의석을 얻지 못할 경우, 이를 일부 비례 의석으로 보충해 득표율과 의석 수의 괴리를 줄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충분한 당선자를 내 비례 의석에서 손해가 불가피했던 거대 양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비례대표제는 무력화되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별 정당 독점과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반영한 ‘지역균형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보완책을 마련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 또한 어떤 꼼수에 의해 왜곡될지 모른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선거제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가를 검토해 볼 시점이 되었다. 현재의 선거방식은 1인 1표로 민심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즉 후보에 대한 찬성과 반대라는 수천 년 된 선거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더 나은 방식의 선거가 가능한 시대이다. 여론조사를 할 때 적극 지지, 지지, 중도, 반대, 적극 반대로 구분하여 의사를 묻는다. 지금의 기술 발전 수준에서는 이런 방식의 선거가 가능하다. 투표를 할 때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10표를 행사하도록 하면 된다. ‘가’라는 후보에 5표를 주고 ‘나’라는 후보에 3표, ‘다’라는 후보에 2표를 주는 방식이다. 두 후보가 다 맘에 들지 않거나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면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반반씩 지지할 수 있다. 유권자의 지지 정도가 다른데 100% 지지로 나타나는 방식의 투표는 개개 유권자의 마음, 민심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과학 조사에서도 5점이나 7점 척도로 의견을 묻는 조사가 찬반 조사보다 더 정확하게 응답자의 의향을 묻는 방식으로 도입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투표 시스템 이미 개발

이러한 다수표 행사 방식은 기존의 종이 선거로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이렇게 다수표 행사 투표가 가능한 시스템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3대 기술 가운데 하나”로 한국의 스타트업이 개발한 투표 시스템을 선정했다. 전 세계적으로 불신이 커지는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주목했다. 디지털 시대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종이 투표 시스템을 버리고 전자투표 시스템으로 더 정확히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민의가 더 잘 반영될수록 정치권은 더 민심을 살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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