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대통령실에서 요직인사들이 미심쩍은 이유로 떠날 때마다 직원들이 전하는 말이다. 모두 대외적인 사임 이유는 있지만 정황과 시기상 부자연스럽기에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르지만 대통령실은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일부 인사들을 제외하면 모두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사례 중 가장 먼저 일어난 건 김영태 전 대외협력비서관 사퇴다. 지금은 폐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회견) 도중 MBC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이 언쟁을 벌였다. 그로 인해 도어스테핑은 중단되고 기자실과 청사 입구 사이에 가벽이 쳐지는 사태까지 이어졌는데 그 책임은 언쟁을 벌인 당사자가 아닌 김 전 비서관이 졌다. 출입기자단과의 소통이 주업무이기 때문이라지만, 당사자인 이 비서관은 여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이재명 전 부대변인은 윤 대통령 순방 일정 유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정확히 누구에 의해 유출된 건지, 이 전 부대변인이 직접적인 원인인지 지금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강인선 전 대변인이 불과 네 달 만에 해외홍보비서관으로 직을 옮기면서 다섯 달 동안 대변인 역할을 해왔지만 결과는 경질이었다. 출입기자단과 원활하게 소통해와 ‘대변인감’이라는 호평을 들었다는 점에서 의문을 낳는다. 새 대변인 자리는 윤 대통령와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는 칼럼을 썼던 이도운 대변인이 차지했고, 부대변인은 여태 공석이다.
최근에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자진사퇴했다. 앞선 두 인사와 달리 별도 입장문을 냈는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 윤 대통령의 내달 미국 국빈방문 일정조율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대외적인 이유가 거론된다. 하지만 김태효 안보실 1차장과의 알력은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에 이어 안보실장까지 교체되는 와중에도 김 차장은 건재하다는 점에서 ‘권력다툼에서 밀렸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이 떠난 대통령실은 마치 살얼음판 같다. 조태용 신임 안보실장은 인사말에서 “안보실을 포함한 대통령실 전 구성원들이 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