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환경·원주민·탈식민지와 소수자 등 동시대 이야기 다뤄
7일 개막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도가 사상을 차용해 마련한 주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중심으로 3개월간의 현대미술 대장정을 시작한다.
5일 개막을 앞두고 광주 비엔날레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숙경 예술감독은 “물은 어딘가에 스며들고 궁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소재를 은유하는 것”이라면서 “약해 보이지만 강한 힘과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비엔날레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을 중심 주제로 기후환경, 원주민, 탈식민지, 소수자 문제 등을 포괄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30개국 79명의 작가를 공식 초청했다. 영국 테이트 모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를 지낸 이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케린 그린버그 협력 큐레이터, 임수영·최장현 보조 큐레이터 4인이 전시를 기획했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 5개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3개월 간 행사에 나선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시 시점을 두 차례나 미루고 기간도 39일로 단축했던 아쉬움을 달래는 정상화된 규모다.
가장 많은 작품이 걸린 곳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이다. 전시 공간 중 유일하게 유료 입장하는 곳으로 61명 작가의 회화, 조형, 설치미술, 음향예술 등 다양한 형태의 예술품을 두루 즐길 수 있는 만큼 비엔날레 초심자라면 꼭 찾아봐야 할 곳이다.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무각사, 예술공간 집은 무료 개방된다. 광주동구, 서구, 남구 등지에 흩어져 있는 공간에 1~6명의 작가 작품을 분산 전시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가 있는 관객이 천천히 깊이 있게 둘러보기 좋다.
이 예술감독이 손꼽은 추천 작품은 망자의 비탄을 씻어내기 위해 치르는 씻김굿에서 착안한 이승애 작가의 벽화 및 애니메이션 ‘서있는 사람’, 스페인에 식민 지배를 당한 멕시코의 지난 역사에 주목한 노에 마르티네스 작가의 ‘송이3’, 시각 장애인이 바라보는 세상을 은유한 엄정순 작가의 대형 조형물 ‘코없는 코끼리’ 등이다.
올해부터는 공식 초청 작가를 대상으로 제1회 박서보 예술상(황금비둘기상)도 수상할 예정이다. 6일 오후 열리는 개막식에서 첫 수상자를 발표하며 상금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3000만 원)다.
본전시와는 별개로 전개되는 ‘파빌리온 프로젝트’는 9개 국가의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각 나라가 국가관을 운영하며 자국 미술을 소개하는 것과 유사한 형태로 광주비엔날레에도 2018년부터 도입했다.
올해는 캐나다(이강하미술관), 중국(은암미술관), 프랑스(양림미술관), 이스라엘(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G.MAP), 이탈리아(동곡미술관), 폴란드(10년후그라운드, 양림쌀롱, 갤러리 포도나무), 스위스(이이남 스튜디오), 네덜란드(광주시립미술관), 우크라이나(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 자국 작품을 전시한다.
캐나다 관의 이누이트 원주민 작가 소개전, 네덜란드 관의 기후환경 재판 퍼포먼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자신들 중세 문명의 힘을 재조명하는 내용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이사장은 “아시아다운 것을 넘어선 인류 보편적인 다층적 이야기가 물처럼 부드럽게 전시장에 존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