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와 협력하란 시그널…한수원 “美 정부 의견 수용”
미국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제3국 원자력발전 시장에 공동진출 하기로 한 미국의 무임승차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맹국간의 원전 협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태클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는 5일(현지시간)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반려했다.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의 한수원 원전 모델 APR 1400 수출 금지 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딴지를 건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출 신고를 1월 19일 반려했다. 미국 연방 규정 제10장 제810절엔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경우 에너지부 허가를 받거나 신고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르면 체코는 미국이 원전 수출을 일반적으로 허가한 국가 중 하나로 원전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관련 활동 개시 30일 이내에 에너지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헌데 미 에너지부는 수출통제 신고를 미국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한수원에 보냈다. 에너지부는 한수원에 보낸 답신에서 “810절에 따른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US persons·미국법인이라는 의미도 있음)이 제출해야 한다”며 신고를 반려했다. 미국 기업을 통한 신고가 의무·필수사항이 아닌데도 이런 안내를 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수출통제를 이행할 의무는 미국 기술을 미국 밖으로 가지고 나간 미국 기업에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인 한수원은 신고할 주체가 아니라는 의미로 결국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신고해야 받아주겠다는 압박으로 보인다.
한수원은 미국의 반려 사유를 충족시켜 웨스팅하우스과 함께 원전 수출 신고를 할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이 에너지부에 직접 신고할 수 있는지를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우리는 양사 간 소송에서 제기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에너지부의 입장과 ‘한수원이 미국기업(웨스팅하우스)과 협력하라’는 요청을 수용하는 방침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원전 수출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업계는 이런 미국의 행태가 ‘안하무인(眼下無人)’이란 반응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동맹국, 원전협력이란 말이 궁색하기 짝이 없다”며 “과연 미국은 원전협력에서 어떤 걸 한국에 줄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한수원이 웨스팅 하우스와 소송을 하면서도 미국을 등에 업고 있고 웨스팅 하우스 부품을 쓰고 있기 때문에 협력은 해야 할 것”이라며 “한국 원전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고 있어 미래엔 지금보단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자사 측 원자로 디자인을 기반으로 APR 1400이 개발됐다고 주장하며 현지 법원에 APR1400 수출금지 소송을 냈고 “한수원이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선 미국 원자력법상 본래 기술을 가진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에너지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수원은 원전 개발 초기에는 웨스팅하우스 도움을 받았지만 지금 수출을 추진하는 원전은 이후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델이라 미국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