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널리 회장은 5일 OPEC+의 감산 배경과 의도를 묻는 본지 질문에 “현재 거시경제 불안과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원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경우에 대비한 사전 조치”라고 답했다. 수요 약세에 따른 가격 붕괴를 우려해 보험을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OPEC+의 감산이 유가 붕괴 위험을 낮춰 배럴당 70~80달러선에서 저점이 형성될 신뢰성을 강화한다”면서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산유국들의 기습 감산이 유가 하방 위험을 낮추면서 동시에 상승 위험을 증가시켰다는 의미다. OPEC+는 사우디 주도로 내달부터 연말까지 하루 최소 160만 배럴 감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래피던에너지그룹은 OPEC+ 감산 결정 여파로 올해 4분기까지 유가의 분기 평균이 90달러 중반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일 가격은 100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맥널리 회장은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강력한 수요가 뒷받침될 경우에만 그럴 것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OPEC+가 감산에 나섰지만 그 자체보다는 거시경제 환경이 수요를 얼마나 강타하는가에 유가 변동성이 달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입장과 반응 관련 질문에는 “바이든 행정부가 실망했지만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다”면서 “OPEC+를 강력하게 압박하거나 권고하는 게 먹히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가가 급격히 오르지 않는 한, 절제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OPEC+의 기습 감산 발표 후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면서도 사우디를 향해 ‘80년 전략적 파트너’라며 비판 수위를 조절했다.
당장은 절제하고 있지만 유가가 치솟을 경우 미국은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고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맥널리 회장은 예상했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미국과 걸프 산유국의 균열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산유국의 감산 의도가 가격 붕괴에 대한 보험이라 해도 에너지와 지정학적 문제로 이미 발생한 균열이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