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가루쌀 활용 신메뉴 개발 추진…소비자 친밀도↑
우리나라 농업정책 수장인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루쌀에 대한 자신감을 근거로 내놓은 발언이다.
가루쌀은 과도한 쌀 생산과 늘어나는 밀 수입을 대체할 수 있고, 또 생육 기간이 짧아 이모작까지 가능하다. 특히 알레르기를 유발하지 않는 '글루텐 프리' 상품으로 건강 식재료로서의 기대감도 크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신이 내린 선물'이란 찬사까지 받고 있지만, 신의 축복은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다. 20여 년간 피나는 인간의 노력이 가루쌀이라는 신의 선물을 받을 수 있게 했다.
6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20여 년 전부터 이미 농업 전문가들은 가루쌀 품종 개발의 시급함을 알렸다. 이에 쌀 품종을 연구하는 농촌진흥청은 2000년부터 가루 성질 돌연변이 유전자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쌀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밀가루 대체재를 찾기 위해서다.
멥쌀의 경우 단단해서 쌀가루 생산을 위해 물에 불린 후 가루를 내는 습식제분을 이용하는데 이를 위해 쌀 1kg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무려 5톤에 달한다. 이에 비용과 시간이 더 드는 것은 물론 환경 오염 우려도 컸다.
농진청 연구원들은 가루쌀 개발을 위해 무려 7000개의 돌연변이 계통을 확보했다.
정지웅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관은 "연구를 위해 이들을 손으로 일일이 논에 심었고 생육 상태 확인 후 수확하고 왕겨를 벗겨 확인하는 작업도 이뤄졌다"라며 "이런 과정들을 모두 거쳐야 유전적으로 원하는 특징이 잘 나타나도록 개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적 변형 작업이 어렵고 긴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이런 작업의 시간이 6년 넘게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품종이 쉽게 잘 빻아지는 '수원 542호'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원 542호는 병에 약한 조생종으로 농가 보급이 쉽지 않았다. 이에 다시 수년의 연구를 더 해 곰팡이,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강한 품종인 '조평'과 교배해 뽑아낸 품종이 지금의 가루쌀(바로미2)이다.
정 연구원은 "바로미2는 굉장히 희박한 확률로 발견한 이례적인 품종"이라며 "'바로'는 '바로 빻는다', '바로 사용한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바로미2가 주요 병해에 복합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나 수발아에 취약하고 쌀가루 보관·유통을 위한 저장성 향상도 필요하다. 이에 분자 육종 기술을 활용한 성능 개량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현재 농식품부는 신이 내린 선물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가루쌀을 활용한 신메뉴 개발을 추진, 가루쌀 활용 체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진행한 공모를 통해 제과·제빵 전문가 20명 선정은 마무리됐다. 모두 대한민국 제과·제빵 명장, 지역 명인 및 제과 기능장 등 전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제품 기술과 맛을 인정받아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지역 기반 제과점·빵집을 운영 중인 곳이다.
농식품부는 6월 품평회를 거쳐 7월 이후 판매와 홍보를 지원하는 등 가루쌀의 소비자 친밀도를 높일 계획이다.
특히 7~8월 MZ세대·맘카페·소비자단체와 연계해 '가루쌀 빵지순례'를 추진, 가루쌀 제품 후기 확산 홍보로 가루쌀 신수요 창출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또 11월 국제베이커리쇼와 연계해 가루쌀빵 경진대회, 기술이전 세미나도 진행, 가루쌀 레시피 확대 보급으로 가루쌀 소비 촉진을 꾀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루쌀 활성화는 우리나라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밥쌀의 공급과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해결책이며 식품업계는 가루쌀의 특성을 살려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글루텐 프리 시장에 진출하기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품업계와 소통을 강화하여 가루쌀의 적정 가격을 찾아 나가는 한편, 전문 재배단지 조성과 전략작물직불제 등 정책을 추진해 가루쌀이 안정적으로 생산·소비되도록 뒷받침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