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달러와 미국 채권 금리 내림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일본에 상장한 미국 장기채 투자에 몰린 자금이 꾸준해 투자자들이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이달 5일까지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 종목은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이는 20년물 이상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로 9월 초부터 5일까지 순매수액 2056만 달러(약 271억 원), 매수액은 4536만 달러(약 599억 원)로 2위 Z홀딩스(3577만 달러)보다 900만 달러(약 119억 원) 이상 많은 금액이다.
해당 ETF는 5일 종가 기준으로 연초 대비 4.32% 상승했다. 최저점이었던 지난해 10월 25일 대비로는 14.53% 올랐다.
이는 SVB 사태 등을 거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국 시장 금리도 함께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월 초 미국 3년물 국채 수익률은 연 4.630%였으나 이달 5일 3.550%까지 급락했다. 같은 기간 10년물 금리도 4.010%에서 3.300%까지 하락했다.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가격은 상승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은행 리스크 확산은 일단락되는 부분이나 수요가 위축되는 구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동결이나 연내 인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며 “장기 금리는 정책금리에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전망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경제지표들이 기대치를 밑도는 모습을 보이며 장기 금리에 하방 요인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 또한 약세로 전환하면서 엔화 가치가 올라 환차익도 누릴 수 있게 됐다. 연초 100엔당 963.20원으로 출발했던 원·엔화 환율은 이달 5일 1003.51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엔저 현상에 따라 원·엔화 환율은 934.54원(11월 9일)까지 하락한 바 있다.
3월 들어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1214만 달러어치 사들이는 한편, 매도액도 691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미 차익 시현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