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이면서도 세심한 실내구성 눈길
진흙길도 가리지 않는 오프로드 ‘황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말 그대로 스포츠 활동에 특화된 다목적 차를 의미한다. 흔히 넓은 공간성을 SUV 선택의 이유로 꼽지만 SUV의 본질은 산길, 눈길, 도랑 같은 험로에서 수월하게 달릴 수 있는 성능이다. 즉 SUV의 진가는 ‘오프로드’ 주행에서 느낄 수 있다.
SUV의 진가를 알 수 있는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된 차가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다. 진흙, 물가, 경사로를 가리지 않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으로 오프로드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디펜더가 ‘130’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더욱 웅장해진 차체와 험로의 만남. ‘올 뉴 디펜더 130’을 직접 시승했다.
‘올 뉴 디펜더 130(디펜더 130)’은 국내 출시된 디펜더 시리즈 중 가장 큰 차체를 자랑한다. 기존 디펜더 110에서 길이가 뒤로(리어 오버행) 340mm 늘어나며 넉넉한 8인승 SUV로 재탄생했다.
외관도 디펜더 시리즈의 ‘맏형’답게 강인하다. 디펜더 특유의 직선적인 차체를 유지하며 전장을 늘렸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 화려하진 않아도 깔끔하고 단단한 인상이 든다.
실내 디자인도 직관적이다. 스틱형 레버, 복잡하지 않은 조작부 배치로 단순함과 실용성을 강조했다. 차를 처음 접해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을 듯하다.
리어 오버행이 340mm 늘어난 덕에 2열, 3열 공간은 넉넉하다. 심지어 3열에 성인 남성이 앉아도 무릎 거리에서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다. 다만 3열에 3명이 탑승하기엔 좌우 좌석 하단에 휠하우스 커버가 올라와 있어 공간이 좁아지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3열까지 펼쳐진 두 번째 선루프는 실내에 개방감을 더한다. 3열 자체가 탑승자에 다소 답답한 느낌을 주지만 선루프를 통해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1~3열 모두 환기구를 갖춰 탑승자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3열 시트를 폴딩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389ℓ(리터)의 트렁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3열은 4:2:4로 폴딩이 가능하며 2열까지 폴딩할 경우 최대 적재 공간은 2291L에 달한다.
오프로드의 강자라는 명성에 걸맞게 실제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뒷바퀴 뒤로 전장이 늘어난 만큼 디펜더 110 대비 탈출각이 약 10도 줄어들었으나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노면에 따라 △스노우 △머드 △샌드 △암석 및 도강 등 주행 조건을 설정할 수 있는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 최대 145mm(기본 75mm)까지 차체를 높일 수 있는 에어 서스펜션이 만나 최대 900mm에 달하는 수심에서도 무리없이 주행할 수 있다. 단순히 주행 모드만 도강으로 변경해도 눈에 띄게 차체가 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빛을 발했다. 시승 코스였던 오프로드 체험장에 마련된 락 크롤(Rock-Crawl, 바위를 쌓아 심한 경사를 만든 지형), 진흙, 경사로, 도강 등 다양한 노면 상태에도 힘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경사로를 오를 때는 빠르게 치고 나간다기보다 묵직하게 밀고 가는 느낌이 강했다. 경사로를 오르며 전방 시야가 사라졌을 때에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를 통해 보닛을 투과하여 보는 것처럼 차량 앞 지형을 확인하며 갈 수 있어 주행에 자신감을 더했다. 탈출각이 줄었지만 실제 주행에서 차체가 지형에 부딪히거나 손상되는 등 우려하는 일은 없었다.
오프로드 지형을 벗어난 온로드 주행에서도 일상생활에 적합한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였다. 오프로드에서만큼 특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가속력, 주행 질감, 소음, 안전·편의사양 등에서 모두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였다.
디펜더 130은 ‘오프로드 주행’이라는 목적이 확실한 차다. 출퇴근 시내 운전에만 디펜더 130을 만난다면 이 차의 진면목을 절대 알 수 없다. 차를 타고 숲길을 지나고, 도랑과 진흙길을 건너며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고 싶다면 지금 바로 디펜더 130에 몸을 맡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