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체들은 김새론의 ‘홀덤펍’ 방문을 집중 보도했는데요. 홀덤펍에서 김새론을 촬영한 사진 제보도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확산했습니다.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포커 테이블에 앉아 텍사스 홀덤을 즐기는 김새론의 사진도 보도했습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새론은 홀덤펍에서 1차례 이상 충전을 했으며 최소 3시간 이상 플레이를 즐겼다고 하는데요. 앞서 법정 등에서 생활고를 호소한 모습과는 다소 거리가 먼 탓에, 대중의 여론은 한 층 더 싸늘해졌습니다.
이때 일각에서는 홀덤펍의 ‘합법 여부’를 궁금해 합니다. 술을 마시면서 카드 게임을 즐기고, 테이블 한쪽에 칩을 쌓아놓는 모습은 얼핏 영화 속 ‘하우스(도박장)’를 연상케 하기 때문인데요. 건전한 게임을 진행하는 업체도 있지만, 편법을 써가며 불법 도박을 부추기는 업체들도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합법과 불법 사이를 오가는 홀덤펍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봤습니다.
사실 홀덤펍은 외국에서는 꽤 흔한 유형의 술집입니다.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KHSA)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해 전국 각지에 2000개 이상이 생겼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트나 볼링, 포켓볼 등을 할 수 있는 펍처럼 일종의 스포츠 펍으로 분류됩니다. 보통 일반음식점으로 허가를 받지만, 보드카페로 신고해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홀덤펍에서는 주로 ‘홀덤(Holdem)’이라는 포커 게임을 즐깁니다. 이는 일종의 브레인스포츠로, 2028년 미국 LA 올림픽 시범종목 채택을 고려할 만큼 국제적인 종목으로 여겨집니다. 홀덤에서는 개인 카드 2장, 다 함께 공유하는 공통 카드 5장, 총 7장의 카드 중에서 승부를 낼 5장의 카드 조합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높은 조합을 만드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많은 사람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게임 진행 속도가 빠르며, 상대의 베팅 패턴, 표정 등을 관찰하면서 패를 파악하고, 자신의 패를 분석해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으로 긴장감을 자아내 중독성이 높다는 후문입니다.
홀덤펍 이용객들은 게임 이용료를 내고 참여권을 얻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용료는 1만 원에서부터 5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는데요. 다시 게임에 참여하려면 참여권을 또 구매해야 하고, 게임을 통해서 딴 칩이나 포인트는 다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이나 술, 음료 등으로 교환이 가능합니다.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를 했고, 강원랜드처럼 국가로부터 허가받은 합법적 사행산업이 아닌 만큼 칩이나 포인트를 현금으로 교환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고객이 딴 칩이나 포인트를 현금화해주는 변종 업체들이 있다는 겁니다. 이들은 건전한 ‘스포츠 정신’을 내세우면서 토너먼트 대회를 주관하고, 유명인들을 홍보 모델로 기용하며 고객을 끌어들입니다.
그러나 뒤에선 고객의 칩이나 포인트를 현금으로 교환해주고, 상금이 걸린 대회의 참가권, 일명 ‘시드권’도 발행하면서 사실상 현금 거래를 주도합니다. 금이나 귀금속, 고급 시계, 상품권(유가증권), 가상화폐까지 다양한 현물성 거래가 변종 홀덤펍 이용객들 사이에서 성행하죠.
시드권이나 게임에서 딴 칩을 환전하는 등 현금 거래가 이뤄진다면 형법상 도박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칩을 현금뿐 아니라 상품권, 경품 등 재산상 이익으로 제공하더라도 사행행위규제법 등에 저촉될 수 있죠. 허가 없는 불법 홀덤펍 운영의 경우, 영업소 폐쇄 및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도박개장죄의 경우 현실적으로 이익을 얻어야만 성립하는 게 아니라, 영리를 획득할 목적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합니다. 홀덤은 게임 진행 속도가 빠르고, 단체로 참여하는 등 특성으로 계속해서 다음 게임을 이어갈 확률이 높아 가중처벌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난달 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강서구 마곡동에서 보드카페를 운영하며 손님들에게 텍사스 홀덤 방식의 카드게임을 제공한 일당 75명을 검거했는데요.
해당 홀덤펍은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불법도박장 운영을 목적으로 환전소, VIP룸 대형 테이블 등 도박장 시설을 갖추고 영업했습니다. 또 총책, 환전책, 딜러, 종업원 등으로 나뉜 범죄단체를 조직해 범행을 벌였죠. 이 업장에서 오고 간 판돈만 무려 278억 원 상당입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손님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홀덥펍을 찾은 손님들은 현금을 칩으로 교환해 홀덤 게임을 한 뒤 칩을 다시 현금으로 환전했죠. 즉 돈을 주면 칩으로 바꿔주고 게임이 끝나면 칩을 현금으로 환전해주는, 사실상 ‘카지노’인 겁니다.
합법 홀덤펍을 가장한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경찰 단속은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홀덤펍들이 통상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하고 있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에는 단속권이 없고, 경찰은 담당 부서가 미비해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야말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죠. 경찰 단속이 이뤄지려면 관련 신고가 들어와야 하는데 신고가 드물기도 하고, 불법 업체들이 채팅방 입장에 제한을 두는 SNS 등으로 고객을 모집한다는 점도 단속의 한계로 작용합니다.
변종 홀덤 업체들이 홀덤을 건전한 스포츠라고 주장하며 홍보에 나서는 만큼 접근이 쉽다는 사실도 우려를 자아내는데요. 지난해 1월에는 그룹 SF9 멤버 찬희와 휘영이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홀덤펍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기고 게임을 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당 업체는 출입문을 잠그고 열지 않아 경찰과 소방이 문을 강제로 개방하고 진입했고, 찬희와 휘영은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습니다. 이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현철)가 두 사람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을 종결했죠.
두 사람은 모두 방역 수칙 위반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면서 논란을 마무리했는데요. 이번 김새론의 홀덤펍 방문까지를 고려했을 때, 홀덤펍은 도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들이 방문한 업체가 불법 영업장이라는 건 아니지만, 저렴한 이용료, 단체로 즐길 수 있다는 게임 문화라는 시선 등으로 접근이 용이해 자칫 불법 도박 종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재 전국에서 2000개 이상 운영되고 있는 홀덤펍 중 약 80%가 불법 도박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뒀을 때,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집니다.
현금 환급을 하는 불법 업체들은 동종 업계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돈을 딸 수 있다는 점에 홀린 고객들이 사행으로 운영되는 영업장에 몰리거나, 거액의 돈을 잃고 흥미가 떨어져 발걸음 자체를 끊어버리는 경우도 나타나기 때문이죠. 합법 홀덤펍 업주들까지 변종 업체의 유혹에 빠지는 실정입니다.
한편 홀덤펍, 보드게임장 등에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하는 등 금전이 오가는 변칙 도박이 성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집중 단속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합법 홀덤펍이나 보드게임장 등을 가장한 불법 도박장에 대해 단속에 나섰는데요. 그 결과 서울 은평경찰서가 8일 은평구 갈현동 소재의 한 홀덤펍을 압수수색해 현장에서 도박 칩 2500개와 현금 861만 원, 매출·환전 장부 등을 확보하고 환전책과 딜러, 종업원, 손님 등 총 12명은 도박개장·도박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는 등 성과를 냈습니다.
최근 국회에서는 변종 홀덤펍을 유사 사행행위로 보고 사감위가 맡아 감독하도록 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습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홀덤이 체스나 바둑과 같은 건전한 여가문화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불법 영업장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변칙 홀덤펍뿐만 아니라 불법사행산업으로 인한 사회 전반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유사 사행행위에 대한 사감위의 지도·감독 권한을 법률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합법 홀덤펍의 확산을 위해서는 홀덤 게임이 하나의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건데요. 이에 앞서 변종 홀덤 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집중 단속과 입법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