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전여옥 전 국회의원은 같은 날 블로그를 통해 “‘준공인’? 별 공인도 다 보겠다”고 비난했는데요. 이에 조민 씨가 ‘준 공인’이 맞는지, 공인은 어디까지인지 갑론을박이 일고 있습니다. 유명인 관련 논란 때는 이렇게 ‘어디까지 공인인지’에 관한 논쟁 일고는 하죠. 정확한 ‘공인’의 기준, 따로 있는 걸까요.
국립국어원은 공인(公人)을 ‘공적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규정합니다. 여기서 ‘공적’은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이란 뜻인데요. 종합하자면 공인은 ‘국가나 사회에 관계되는 일에 종사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직자 등이 해당하죠. 다만 따져보면 모호한 데가 있습니다. ‘사회’는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형태의 인간 집단입니다. 작게는 가족과 마을부터 크게는 회사, 국가가 모두 사회인데요. 이에 대개 ‘공인’의 의미를 유명하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이들로까지 넓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등이 공인에 포함됩니다.
법적으로도 공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법원은 개별 사안에 따라 인물과 사안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인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공인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는 ‘공적 인물’ 개념은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사이 도입됐습니다. 공인 개념은 명예훼손 관련 법제의 발전과 궤를 함께 해왔는데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곳은 미국입니다. 1964년 미국에서 사인(私人)과 구별되는 ‘공적 인물(public figure)’ 개념을 처음 만들어냈죠.
공인 개념이 탄생한 건 공인과 사인에 대한 보도에서 차별을 두기 위함입니다. 특정인에 대한 보도가 공공성이 있는 사실인지를 판별하고, 공인인지 사인인지에 따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보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안을 다르게 보기 위해서입니다. 공직자 등 공인에 대한 비판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좀 더 넓게 인정하는 식이죠. 이에 인권위원회는 ‘인권보도준칙’에서 “‘공인’이 아닌 개인의 얼굴, 성명 등 신상 정보와 병명, 가족관계 등 사생활에 속하는 사항을 공개하려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합니다. 개인의 인격권을 최대한 보호하되, 공인은 어느 정도 비판과 사생활 공개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공인 논란’이 자주 떠오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연예계인데요. 연예인 사생활을 보도한 매체가 고소당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에 대해 ‘공인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럴 때마다 ‘연예인이 과연 공인인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연예인도 공인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연예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근거로 듭니다. 반대 측에서는 연예인이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책무를 가지고 이행하는 공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죠. 법조계에서는 연예인을 공적 인물로 보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장원상 언론중재위원회 전문위원이 분석한 2009~2013년 언론중재 관련 판례에 따르면 연예인은 고위공무원, 정치인, 방송인, 언론사 대표 등과 함께 공인으로 인정됐습니다.
관련 판례도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01년 사실 확인 없이 가수 고(故) 신해철 씨의 결혼 소문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에 신해철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명 연예인이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는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연예인으로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타’라고 할 것이므로, 이른바 ‘공적 인물’”이라고 했죠. 대법원도 2022년 가수 겸 배우 수지에 관한 모욕적인 포털사이트 댓글에 대한 판결에서 “대중적 공적 인물인 연예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들 사건에서는 해당 보도나 댓글의 내용이 공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진 결과, 연예인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국립국어원도 2014년 ‘연예인도 공인인가’라는 한 누리꾼 질문에 “‘공적인 일’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의미를 확장해서 적용한다면 연예인을 공인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유명 연예인을 공인으로 본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유명인’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법원이 ‘공인’에 대한 명확한 판별 기준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은 이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명인의 경계가 더욱 흐려지고 있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SNS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이 늘고 있죠. 방송에 출연하는 일반인, 일명 ‘연반인’도 많아지고 있고요. 이에 이들에게 ‘공적인 책임’을 질 요구하는 여론도 늘고 있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영상·게시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하거나, 자숙을 선언하는 일을 흔하게 볼 수 있죠.
그만큼 이들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습니다. 홍보대사로 위촉되거나 정부 부처와 협업하는 유튜버, 인플루언서가 늘고 있죠. 일례로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가 유튜버, 가수 등 17명의 인플루언서를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대사로 위촉했습니다.
‘연반인’의 사생활 관련 논란도 뜨거운데요. 근래 ENA·SBS PLUS ‘나는 SOLO(나는 솔로)’, 채널A ‘하트시그널’, TVINNG ‘환승연애’ 등 일반인 출연자가 등장하는 방송과 예능 프로그램이 대거 늘었습니다. 이들의 연애·결혼·근황 등 사생활이나 과거 행적 등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명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 등을 통해 전해지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는 솔로’ 출연자의 과거에 대한 글이 올라와 화제입니다. 해당 글 작성자는 한 출연자로 인해 자신이 성병에 걸려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화제성 있는 프로그램에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공적인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 제 입장에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더 이상의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고 얘기했죠. 출연자는 이에 “게시판 글은 사실과 다르다.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겠다”고 반박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만일 출연자가 글쓴이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경우 가장 우선 따져봐야 할 건 해당 내용이 사실이 맞는지 입니다. 누리꾼 주장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해당 출연자가 공인인지 사인인지, 또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폭로가 공익에 부합하는지 등에 따라 법리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죠. 이와 유사한 상황이 최근 여러 차례 발생한 만큼, 인플루언서·유튜버 등 새로 등장하는 유명인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