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산 설비, 여전히 가동률 여력 남아
중견 3사도 효자 모델 앞세워 공장에 활기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역대 1분기 가운데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완성차 5사가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호실적을 뽑아낸 것은 물론, 여전히 글로벌 주요 공장의 가동률 상승 여력이 남아있어 올해 커다란 도약을 일궈낼 것으로 점쳐진다. KG모빌리티를 비롯해 르노와 GM 역시 주력 모델을 앞세워 공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취재를 종합해보면 올해 1분기 현대차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35조2845억 원, 2조6584억 원으로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6.5%, 37.8% 증가한 수치다. 이변이 없다면 2010년 새 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22조4302억 원과 2조1978억 원으로 관측된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2.2%, 36.8% 늘어난 규모다. 기아 역시 1분기 기준 영업이익 2조 원을 처음으로 돌파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기아의 성장세를 고려해 영업이익이 2조5000억 원대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글로벌 생산 거점이 모자라 차 판매에서 현대차를 따라잡을 수 없지만, 영업이익은 현대차의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이 같은 호실적이 자동차 산업의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 나왔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4→2→3→1분기 순으로 팔린다. 연식변경을 앞둔 4분기 판매가 가장 많다. 현대차와 기아는 여전히 더 많은 차를 생산할 수 있고, 더 많은 차를 팔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힌 가동률을 보면 국내와 미국 공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가동률을 회복했다. 그러나 인도와 체코·브라질 공장 등은 절정에 달했던 2018년과 비교해 여전히 생산 여력이 있다.
2018년 109% 수준이던 인도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94% 수준에 머물러 있다. 103%를 달성했던 체코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98%에 못 미쳤다. 이밖에 107% 가동률을 자랑했던 브라질 공장도 지난해 100% 가동하지 못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차종을 중심으로 가동률 상승까지 힘을 보탠다면 올해 호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국내 중견 3사 역시 효자 모델을 앞세워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전략모델을 출시하는 등 내수 활성화와 수출 확대를 노리고 있다.
KG모빌리티(구 쌍용차) 토레스는 올해 1분기 총 1만7721대가 등록돼 모델별 판매량 기준 전체 순위 5위를 차지했다. 판매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비(非) 현대차그룹 모델이다.
토레스는 출시부터 합리적인 가격과 빼어난 디자인으로 흥행을 예고했다. 준중형과 중형, 즉 현대차 투싼과 싼타페 사이를 파고든 가격과 포지셔닝도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GM한국사업장(한국지엠) 역시 지난달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의 가격을 2052만 원에 묶어두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사전계약 일주일 만에 계약 대수 1만3000대를 돌파했다.
2월 말 수출을 시작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지난달 글로벌 시장에서 1만3591대 판매되며 트레일블레이져와 함께 한국지엠의 수출을 견인했다. 덕분에 올해 한국지엠의 생산은 작년(26만4875대)보다 약 2배 증가한 5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코리아 역시 작년 10월에 선보인 XM3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내수와 수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닛산 로그의 생산중단 이후 한동안 부침을 겪은 르노는 유럽으로 XM3 수출을 확대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의 수출 물량 11만7020대 가운데 XM3의 판매(9만9166대) 비중이 무려 84.7%에 달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판매 가격도 결국 기업 경영상 전략적으로 결정한다”며 “경영진의 의지, 유통 과정 등 여러 요인이 가격 책정의 배경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