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중소기업 자금조달 10년 만에 최악
IMF, 신용축소 후폭풍 우려
연은 총재들, 추가 금리 인상 놓고 대립각
주요 국제금융기구들이 신용축소를 경제 하방 압력 요인으로 지목한 반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신용경색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세계 경제를 낙관한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도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이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의 춘계 총회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경기 비관론을 부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미국 은행시스템 불안에 대해서도 “현 단계에서 신용경색을 암시하는 증거를 보지 못했다”며 “우리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강력하고 탄력적”이라고 강조했다. 견고한 일자리 창출과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금융시스템 안정을 이유로 장밋빛 경제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미국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 사정이 10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자영업연맹(NFIB) 조사 결과 3월 은행 차입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중소기업 비율은 9% 증가해 2012년 12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3개월 후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 비율도 9% 늘어 당분간 신용경색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같은 달 소기업낙관지수도 90.1로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NFIB는 “은행 위기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다”며 “고금리와 은행 파산 여파가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날 세계은행에 이어 IMF도 금융시스템 불안에 따른 신용축소 후폭풍을 우려했다. IMF는 “금융 불안정으로 경제위기 확률이 증가했다”며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1월보다 0.1%포인트 낮췄다. 실물경제 참가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고, 주요 국제금융기구들이 위험 가능성을 잇달아 지적하고 있지만 옐런 장관이 ‘나홀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엇갈린 관점은 연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제 체력이 아직 버틸 만하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위원들이 있는 반면 위험 요인을 고려해 인상 템포를 늦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은행 스트레스 여파를 평가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주요 연준 인사들이 내놓은 발언과 대조된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는 은행시스템이 안정을 찾았고 신용경색 신호가 없다며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5월 2~3일에 열리는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고 하반기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와 인플레이션, 신용경색이 결합한 파급력이 얼마나 거셀지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경제지표가 중요 평가요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