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고객이 카페에서 컵라면을 먹어요"…카페 진상 대처법은?

입력 2023-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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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현 법무법인(유한) 바른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출처 = 픽사베이)

카페 이용을 둘러싸고 주인과 고객 사이에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고객이 카페에 컵라면을 가져와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컵라면 냄새가 다른 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인 입장에서는 난감합니다. 카페 이용과 관련한 다양한 사례를 법리적으로 풀어봤습니다.

법무법인(유한) 바른 소재현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Q: 카페에 갔습니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킨 후 노트북을 하면서 2시간 정도 있었는데요. 카페 주인이 “매장에 최대한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라며 나가라고 합니다. 이런 지시에 따라야 하나요?

A: 우리가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것도 카페 주인과 일종의 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에 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으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계약서가 계약성립의 요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은 일반적으로 청약과 승낙에 의해 성립합니다. 청약이란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사표시이고, 승낙은 계약을 성립시킬 목적으로 청약에 대해 하는 의사표시입니다. 청약과 승낙의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하여야 그 효력이 생기고, 청약의 의사표시와 승낙의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을 때 계약이 성립합니다.

사례와 같이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서 마시는 것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매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커피 가격에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셈이 되는 것입니다.

만약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카페 주인이 미리 카페 이용 시간이 최대 2시간이라는 것을 고지했거나, 누구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카페에 써놓았다면 애초에 카페 주인은 ‘매장 이용 시간은 최대 2시간’이라는 계약 조건으로 청약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카페 주인의 이러한 청약에도 불구하고 커피를 주문했다면 ‘매장 이용 시간은 최대 2시간’이라는 계약 조건에 대한 승낙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카페 주인의 2시간이 넘었으니 나가라는 지시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다만 매장 이용 시간에 최대 2시간이라는 조건에 대해서 미리 고지하지 않고 매장 어디에도 그러한 공지가 없어 고객이 알 수 없었던 상황이라면, 그러한 계약 조건이 없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카페 주인의 지시에 따를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Q: 친구 4명과 카페에 갔습니다. 한 친구는 커피를 마시고 왔다며 먹지 않겠다고 해서 세 잔만 시켰는데요. 가게 주인이 ‘1인 1음료’가 원칙이라며 한 잔을 더 주문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꼭 그래야만 하나요?

A: 가게 주인은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1인 1음료’라는 계약 조건으로 청약을 한 것이므로 이러한 청약에 승낙을 할지 말지는 고객의 의사에 달린 것입니다. 이러한 계약 조건으로 카페 영업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률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해당 카페를 이용하려는 계약을 체결하려면 한 잔 더 주문해야만 친구 4명이서 카페를 이용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카페 손님이 뜨거운 음료를 자리로 가져가다가 다른 손님의 어깨에 쏟았습니다. 그 손님은 어깨에 화상을 입었는데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카페 주인에게도 법적 책임이 있나요?

A: 카페 주인은 카페 손님과 ‘커피 및 매장 이용’이라는 계약을 체결한 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카페 손님이 다른 손님에게 커피를 쏟아 상해를 입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이 카페 주인에게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만약 커피를 쏟은 것이 카페 주인이 매장 바닥을 잘 관리하지 못해 미끄러워서 일어난 일이라면, 카페 주인이 매장 바닥을 관리하지 못한 과실과 커피를 쏟아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여 카페 주인에게 일부 책임을 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카페 손님이 아니라 카페 알바생이 커피를 쏟아 상해를 입게 된 것이라면, 민법 제756조(사용자의 배상책임)에 근거하여 카페 알바를 사용하여 서빙 사무에 종사하게 한 카페 주인이 그 사무 감독에 상당한 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도 있습니다.

Q: 카페 손님이 집에서 가져온 과자, 초콜릿, 떡, 빵, 고구마 등을 함께 섭취해 음식물 냄새를 풍겨 다른 손님에게 불편을 끼칩니다. 심지어 컵라면을 가져와 뜨거운 물을 부어 달라고 하는데요. 법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A: 카페에 외부음식이 반입되는지 여부도 카페 이용 계약 조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카페 손님과 카페 주인이 ‘외부음식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계약 조건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계약 위반을 근거로 제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러한 계약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라도, 사례에서는 음식 냄새로 인해 다른 손님의 카페 이용에 피해를 끼치고 있으므로 소비자기본법 제19조(사업자의 책무)에 근거한 사업자의 의무(물품 또는 용역 등의 하자로 인한 소비자의 불만이나 피해를 해결해야 하는 사업자의 의무)를 통해 제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카페 손님이 자신의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달라고 합니다. 근데 텀블러가 더러우니 세척을 한 후에 담아달라고 하는데요. 카페 주인이 고객의 텀블러까지 세척해야 하나요?

A: 이미 커피 가격을 결제하여 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텀블러 세척을 요구한 경우, 카페에서 커피를 구입하는 계약의 내용에 텀블러를 세척할 계약 조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고객의 텀블러를 세척해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커피를 주문하기 전에 고객이 텀블러 세척 조건을 제시하였다면, 카페 주인 입장에서는 그러한 계약 조건을 승낙할지 여부를 결정하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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