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대체품 찾아요”…가격 인상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슈크래커]

입력 2023-04-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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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허니콤보. (독자 제공)

교촌치킨 대체품을 찾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촌치킨과 비슷한 맛의 치킨을 찾는 소비자들의 글이 게재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교촌치킨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거론하고 있어 궁금증을 더하는데요. 이는 교촌치킨이 무리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반발에 따른 목소립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이달 3일부터 치킨 메뉴의 소비자 권장가격을 품목별로 500원에서 최대 3000원씩 올렸습니다. 교촌치킨 가격이 오른 건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었는데요. 이번 가격 인상으로 교촌치킨의 대표 메뉴인 ‘교촌 오리지날’은 기존 1만6000원에서 1만9000원으로 올랐습니다. 인기 메뉴인 ‘허니콤보’, ‘반반콤보’는 2만 원에서 2만3000원으로 뛰었죠. 배달료까지 합치면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는 데만 3만 원가량이 드는데요. 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교촌치킨과 맛이 비슷하고 가격은 저렴한 치킨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겁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임차료와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가 뛰고 최근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가맹점 영업 환경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교촌 본사를 통해 2014년 이후 10년 간 주요 원자재 가맹점 납품가를 동결하는 등 동종업계 대비 낮은 제품 가격대를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최근 본사 지원이 한계에 부딪히며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4월 3일부터 소비자 권장 가격을 품목별로 500~3000원 사이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주요 한마리 및 부분육 메뉴는 3000원 상향한다. 이외 메뉴는 사이즈와 기존 가격대에 따라 500원~2500원 상향한다. 블랙시크릿 등 일부 신제품은 가격 조정 없이 동결한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서울시내 교촌치킨의 모습. (뉴시스)
교촌, 영업이익도 지지부진…가격 인상, 오히려 ‘독’

교촌치킨은 치킨 조각이 경쟁사에 비해 작고, 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붓칠해 소스를 바르는 등 조리 과정이 까다로워 인건비가 더 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회사 측도 고정비용과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부담감을 호소했지만, 소비자들은 당장 3000원이라는 가격 인상은 너무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죠.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가격 인상의 주된 배경으로 ‘실적 부진’을 꼽고 있습니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는 5176억 원의 매출로 전년 대비 2.0% 늘며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21년 대비 무려 78.2%나 줄어든 89억 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83.2% 줄어든 50억 원으로 나타났는데요. 교촌치킨 영업이익률은 2018년 6%, 2019년 9%, 2020년 7%, 2021년 6%, 2022년 1.71%에 그쳤습니다. 매출액이 2017년 2391억 원에서 2021년 4770억 원, 2022년 5176 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영업이익률 성장은 사실상 얼어붙은 모습인데요. 프로모션이 강화되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원가 부담, 인건비, 판촉 증가에 따른 광고홍보비 증가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됩니다.

그러나 가격인상으로 브랜드 이미지까지 흔들리면서 교촌의 가격 인상은 ‘독’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교촌치킨의 이번 가격 인상에 앞서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달 29일 ‘교촌치킨, 소비자 안중에도 없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고물가 시대에 서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전에 교촌치킨이 가격 인상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교촌 본사가 가맹점과의 소득분배의 책임을 지지 않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꼴”이라며 “가맹점과의 수익 구조를 개선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은 채 제품 가격 인상에만 혈안이다. 가맹비, 교육비, 보증금 등으로 막대한 수익을 가져가면서 소비자들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전문가들은 가격 인상엔 그만큼의 가치 인상이 동반돼야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시하라 아키라 일본경영교육연구소 대표는 저서 ‘가격 인상의 기술’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품의 가치”라며 기업 측이 정보 ‘전달자’가 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가격 인상은 고객과의 ‘협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업이 내놓은 가격이 왜 적절한지, 혹은 경쟁사보다 더 비싼 가격을 받아야 하는지 등을 고객에게 충분히 납득시켜야 합니다. 즉 제품의 가치와 가격의 정당성을 합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물가 인상 → 소비자 심리까지 위축…회사 내부 사정도 ‘걸림돌’

가격 인상을 발표한 시점도 교촌치킨의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안그래도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진 지 오래인데 ‘국민 간식’인 치킨값 인상은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죠.

실제 최근 고물가로 소비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고 합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년동월대비 소매판매액지수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10개월째 기준값(100)을 밑돌았는데요. CCSI가 기준값보다 작으면 소비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2년)보다 비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달라진 교촌치킨의 위상도 치킨값 인상을 받아들이기 힘든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그간 교촌치킨은 치킨 가격 상승을 주도해온 선두 주자(?)였습니다. ‘1등 기업’이라는 교촌 이 가격을 올리면 경쟁사들도 줄줄이 가격을 인상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교촌이 제품 가격을 평균 8.1% 인상하자, bhc도 한 달 뒤 일부 제품 가격을 1000~2000원 올렸습니다. 이는 1위 기업의 가격이 ‘업계 표준’이 되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까지 이어졌습니다. 즉 1위 기업인 교촌치킨의 가격을 평균으로 여기며, 이와 같거나 비슷한 금액으로 상품 가격을 책정하는 겁니다.

하지만 교촌치킨은 최근 치킨업계 매출 1위 자리를 bhc치킨에 내준 상황입니다. bhc치킨은 지난해 5074억 원(개별 기준)의 매출을 거두며 10년간 매출 1위를 지켰던 교촌에프앤비(4988억 원)를 앞질렀습니다. 영업이익률도 30%에 달하면서 한 자릿수에 그친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제쳤죠.

교촌치킨의 주가도 영 맥을 못 추는 모습입니다. 2020년 첫 상장 당시 주당 2만2000원을 넘었던 교천에프앤비는 현재 50%가량 떨어져 9300원대를 오가고 있습니다. 실적 반등을 위해 역풍을 예상하면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반응까지 미지근한 겁니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금요일. ‘치맥’으로 고단함을 씻어내고 싶어 배달 앱을 켜보지만, 치킨값은 눈에 띄게 올랐습니다. 여기에 배달비까지 최근 급상승하면서 주문 버튼을 누르기엔 더욱 망설여지는 상황입니다. 이미 미운털(?)이 박힌 교촌치킨이 이 난관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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