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와 같은 토론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은 이내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의원회관 내 다른 장소인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빅테크 보험진출 상생방안 토론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이었다.
평소 보험설계사들이 국회의원회관에 대다수로 참석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현상으로 잠시 들러 내용을 살펴보니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거대 플랫폼 기반 정보통신 기업들을 보험비교·추천서비스에 2023년 말이나 2024년 초에 진출하게 하려는 정부의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고자 보험업계에서 동원한 듯한 인상이었다.
물론 이들 보험설계사에게는 빅테크기업들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보험설계사들의 보험시장을 잠식하고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아 가는 경쟁자로 생각되기 때문에 이 직접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내용을 들어보고 자신들의 주장을 제기하고 정부의 정책을 성토하거나 반대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가 이르면 올 연말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보험설계사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이미 보험설계사 단체나 보험대리점협회(GA) 등은 여러 차례 시위를 통해 지속적인 반대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22년 8월 23일 금융규제혁신회의 후 발표된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 운영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의견수렴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거쳐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예정된 절차대로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설계사들처럼 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보험이나 금융상품 등을 비교·추천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혁신금융서비스의 핵심이다.
현재 정부에서 이들 플랫폼 기업자들에게 처음으로 개방하고자 하는 보험상품은 온라인상품 중에서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연금보험 제외), 단기보험(여행자·화재보험 등)으로 제한했다. 왜냐하면 이들 상품은 보험상품 중에서 비교적 보험상품이 통일되어 있어서 비교하기 쉽고 상품구조가 단순하며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 등 기존 판매채널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한편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업무 범위는 보험상품을 비교·추천해 보험회사에 연결해주는 업무로 제한되며 이들 플랫폼 기업들이 보험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수료 역시 보험료에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수수료 한도도 설정하였는데 예를 들어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료 대비 4%대로 제한된다고 한다.
결국 보험설계사나 보험대리점(GA)으로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처음으로 취급하는 보험상품이 자동차보험, 실손보험, 저축성보험, 단기보험인바, 이들 보험은 보험영업의 접점에서 가장 흔하고 쉽게 소비자에게 접근이 가능한 미끼상품이자 핵심 상품이어서 자신들의 영역을 내주는 결과가 되어 우려와 반대를 표명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또한 이 상품들의 수수료가 비록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대면 채널인 보험설계사나 대리점(GA)들이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보다 저렴한 것이 분명하다면 동일한 보험상품을 더 많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가 플랫폼 기업의 보험비교·추천서비스로 몰리게 되어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최근 금감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말 보험설계사는 총 58만9,509명으로 영업환경 악화로 인한 이탈 등으로 2021년 59만5985명 대비 6476명(1.1%)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보험설계사 및 보험대리점(GA)은 고객인 소비자 개개인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비교·분석해 알맞은 보험상품을 권유하고 보험전문가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소비자 중심의 영업환경을 만드는 첨병 역할을 해야 했으나 현재 보험설계사 및 보험대리점(GA)은 외형상 성장에만 치우쳐 내부적으로는 다른 보험 판매채널에 비해 다소 높은 불완전판매율을 기록하는 등 질적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험 역사적으로도 보험 판매채널간의 경쟁은 지속되었는데, 예를 들면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 전속과 비전속(GA) 보험설계사 간의 보험상품 판매 경쟁을 비롯해,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TM(텔레마케팅) 채널,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험사의 대리점으로 등록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채널, 방송 등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채널 등에 이어서 이제는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의 플랫폼 기업 등과 보험상품 판매 경쟁에 나서야 하는 신세가 됐다.
따라서 이번 플랫폼 기업의 보험상품 판매로 인한 영향으로 금감원 보도자료에서 나타난 설계사 조직의 감소가 지속될지는 지켜봐야겠으나 보험설계사들이 보험전문가로서의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와의 접점을 높이면서 보험 소비자에게 적합한 보험상품을 권유하는 자신들만의 역량을 높이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은 자명한 일임이 틀림없다.
자동차보험 가입 시 4%대 수수료를 받는 새로운 보험판매 채널인 플랫폼 기업들의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를 혁신금융이라고 부르는 것이 필자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그러나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는 것보다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익숙한 시대로 변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시대에 적응하려면 보험설계사 역시 자신의 보험상품 판매역량을 높이는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