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약한 고리'로 꼽히는 새마을금고… 감독 관할 문제 '도돌이표 '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공직사회는 원래부터 이렇게 설계된 조직이니 말이다. 1800년대 독일의 정치학자(동시에 경제·사회학자, 법률가이기도 했다) 막스 베버가 ‘관료제’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정리했다. 베버는 관료적 조직의 특성으로 효율성, 예측 가능성, 안정성 등을 언급했지만, 여러 가지 우려와 한계점도 지적했다.
관료주의는 우두머리가 없어도 큰 사달 없이 돌아간다는 게 장점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이 몇 달씩 공백인 부처들이 많았지만, ‘그냥저냥’ 지나갔듯이 말이다.
문제는 관료제가 본질적으로 변화에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베버는 관료제가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쓸모없어지거나 비효율적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쉽게 말해 한번 굴러가기 시작하면 좀처럼 뜯어고칠 수가 없다는 얘기다.
매년 금융사고 줄줄이 터져도 땜질식 처방만
최근 다시 머리를 드는 새마을금고의 감독 관할에 대한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새마을금고는 엄연히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소관이 아닌 행정안전부가 규제와 감독을 관할한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한국의 모든 금융기관을 쥐고 흔드는데, 새마을금고만은 ‘금융검찰’로부터 치외법권이다. 환전도 못 하고 펀드도 못 파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새마을금고의 관리 감독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감독권을 금융당국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지적은 새마을금고에서 금융사고가 터질 때부터 반복돼왔다. 지난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2017년부터 최근 6년 간 새마을금고에서 벌어진 금융사고 피해액을 조사한 결과 640억 9700만 원에 달했다. 단순 계산하면 매년 100억 원이 넘는 사고가 났다. 자산이 300조 원이 넘는 금융기관이지만, 한국은행이 제대로 된 통계조차 얻어낼 수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금융기관, 전문성 있는 부처로 감독 일원화해야
그럼에도 감독 권한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 것은 변화를 꺼리는 이 나라의 ‘관료주의’ 때문이다. 한 번 잡은 걸 놓치지 않겠다(안 주는)는 행안부와 굳이 떠안을 필요 없다(안 뺏는)는 금융위·금융감독원의 암묵적 협의 속에서 지금까지 둥둥 떠다녀왔다. 결국 사고가 터질 때마다 불안한 건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긴 고객이다.
얼마 전 행안부는 ‘새마을금고 감독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그간 관리 감독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더니, 갑자기 체계를 바꾼단다. 문제 속에 답이 있는 셈이다.
2금융권발(發) PF 부실 우려가 어느 때보다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목소리는 일관된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1973년(설립연도)엔 새마을금고를 누가 관리하던 문제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2023년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모바일 뱅크런으로 순식간에 문을 닫은 순간을 상기해보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 젊은층의 디지털 뱅킹이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달했고 예금 인출 속도도 빠른 만큼 (뱅크런은)100배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마을금고는 부동산 PF의 ‘약한 고리’로 꼽힌다. 지난해 말 기준 56조 원에 달하는 건설업·부동산 관련 대출과 10%에 육박한 연체율 때문이다. 작은 단위 조합이 금융시스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와 감독 관할은 전문성있는 부처로 일원화 해야 된다.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