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호텔롯데는 미매각
흥행 양극화에 자금조달 어려움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SK그룹에서 회사채 발행에 나선 계열사는 16곳이다. 수요예측에 모인 자금만 총 19조7020억 원에 달했다. AAA급 초우량채인 SK텔레콤이 2000억 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는 10배가 넘는 2조3560억 원 자금이 몰렸다. 회사채 단일 발행으로 역대 최대규모인 1조3900억 원 기록을 세운 SK하이닉스(AA)의 수요예측에도 2조 원 넘게 자금이 쏠렸다. SK지오센트릭(AA-), SK케미칼(A+)도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목표량을 웃도는 주문을 받아냈다.
반면, 미매각이 이어지며 회사채 시장이 다시 얼어붙을 조짐도 보인다. 지난달 말 신세계건설(A)은 2년물 800억 원 수요예측에 100억 원의 주문만 들어오며 700억 원이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텔롯데(AA-)는 AA급 우량채임에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민간채권평가기관보다 낮은 금리에 발행되는 언더 발행에 실패했다. GS엔텍(A) 역시 700억 원 수요예측에 120억 원만 들어오는 데 그쳤다. 한국토지신탁(A-), 한신공영(BBB), 현대차증권(AA-), 콘텐트리중앙(BBB)도 미매각을 기록했다.
문제는 경기 침체 우려에 회사채 투자심리가 악화했다는 점이다. 실적이 좋지 않거나 비우량 신용등급 기업들의 자금줄은 더 마를 것으로 우려된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신용등급 AA-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국고채 3년물 금리)는 3월 초 67.7bp(1bp=0.01%p)에서 이달 17일 80.5bp까지 확대됐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는 회사채 기관 수요가 줄고, 그만큼 회사채 가격이 하락(채권금리 상승)한다는 의미다.
32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국전력이 한전채 발행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최우량(AAA) 등급인 한전채는 일반 회사채로 가야 할 수요를 빨아들이는 ‘회사채 블랙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