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과거 기업가치 제고 주력…최근 이사회 의석 차지하며 경영전략 관여”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거센 가운데,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7일 발간한 ‘최근 행동주의펀드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서 “행동주의펀드의 적극적 활동이 기업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기업의 단기적인 주가상승이나 성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가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홍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행동주의펀드들이 기업들의 합병,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서 기업가치 제고에 주력한 반면, 최근 행동주의펀드들은 이사회 의석을 차지하여 기업의 경영전략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크게 증가해 2018년 580개에서 2021년 1000개를 넘기며 2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94개를 기록했다. 2021년 신설된 사모펀드는 211개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약정금액도 작년 3분기 124조3000억 원 규모를 차지했다.
기업지배구조 조사업체 인사이티아(Insightia)에 따르면 2017년 3개에 불과했던 행동주의펀드 대상 국내 기업은 2020년 10개, 2021년 27개, 2022년 47개로 급증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총수일가 내분에 따른 경영권 분쟁 성격의 주주제안보다는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 등의 일반주주가 제기하는 이사 및 감사 선임, 정관변경, 지배구조 관련, 배당 등의 안건이 증가했다.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SM엔터테인먼트에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와의 내부거래를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고, SM은 해당 회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사외이사 비율 확대 및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설치를 이끌어냈다. 또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트러스톤 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계열사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놓고 반대하며 무산시켰다.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의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매각, KT&G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배당 확대·인삼공사 분할 등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이 밖에 SK(라이프자산운용), BYC(트러스톤자산운용), 아세아시멘트(VIP자산운용) 등의 기업들도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국내 행동주의펀드의 대상이 됐다. KB증권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업 외에 12개의 기업이 행동주의 캠페인에 노출될 여지가 있다고 추정했다.
최근에는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LLP가 LG의 3대 주주에 올라서며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실체스터는 최근 LG 주식 4만7000주를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5.02x9만6588주)로 늘렸다.
실체스터가 LG 주식 보유목적을 ‘경영참여’가 아닌 ‘일반투자’라고 밝혔지만, 과거 이력 탓에 증권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체스터는 과거 일본 지방은행 투자 당시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영진 퇴진 압박과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가 있다. 2020년에는 경영참여 목적으로 KT의 지분을 5%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체스터는) 과거 경영권을 위협할 만큼의 적극적인 전략을 펼친 사례가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다만, 주가 부양과 주주환원에 대한 요구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홍 선임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행동주의펀드의 활동이 과거에는 외국계 행동주의펀드가 대기업 중심이었던 것과는 달리 최근 국내 행동주의펀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도 하며 경영에도 깊이 관여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행동주의펀드의 경영 관여가 단기적인 성과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엄밀한 연구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