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평균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찰스슈왑, 스테이트스트리트, M&T서 1분기 600억 달러 예금 이탈
애플, 금융서비스 비중 지난해 20%까지 급성장
월스트리트저널(WSJ) 따르면 애플은 골드만삭스와 협력해 애플카드 저축계좌 상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자는 연 4.15%로, 저축성 예금의 전미 평균인 0.35%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미국 내 신용 승인을 받은 애플카드 발급자만 아이폰의 월렛(지갑) 앱에서 계좌를 열 수 있다. 최소 예금이나 잔액 요건은 물론 수수료도 없다. 계좌를 개설하면 ‘데일리 캐시’가 애플카드를 통해 계좌에 자동 입금된다. 데일리 캐시는 리워드(보상) 프로그램으로, 애플카드 사용 시 최대 3%까지 리워드된다. 애플 저축계좌에 다른 은행 자금을 추가로 입금도 할 수 있다.
애플이 높은 이자를 제공하는 저축계좌를 출시하자 가뜩이나 예금 이탈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기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SVB 붕괴 이후 중소 규모 금융기관의 예금 이탈 속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시스템에 불안을 느낀 고객들이 예금을 빼내 안전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나 국채로 옮긴 영향이다.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금융기관 찰스슈왑, 스테이트스트리트, M&T 세 곳에서 빠져나간 예금 규모만 약 600억 달러(약 79조1800억 원)에 달했다. 찰스슈왑은 1분기 예금잔고가 3257억 달러로 3개월 새 11%(410억 달러), 1년 전보다는 30%나 감소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와 M&T도 예금이 각각 118억 달러, 44억 달러 줄면서 예금잔고가 2240억 달러, 1591억 달러로 감소했다.
유례없는 예금 이탈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진 가운데 애플이 ‘엑소더스’를 부채질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더 많은 예금이 상장지수펀드(ETF)나 MMF로 이동하고 있다”며 “압박 요인이 계속 늘어나는 만큼 예금 엑소더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애플은 향후 수익 창출원으로 금융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애플 전체 매출에서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0%로, 10년 전의 8% 수준에서 급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