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부커상 운영위원회는 ‘고래’를 포함해 6편의 최종후보작을 발표했다.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터무니없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며 “등장인물들은 선하지 않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천 작가는 부커상과의 인터뷰에서 “‘고래’는 내 인생을 바꿨고, 여전히 인생의 추진력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 번역가도 최종후보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한국 작품은 ‘고래’가 네 번째다. 2016년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2007년)로 해당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한 작가는 2018년 ‘흰’으로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가 최종후보에 선정됐다. 2019년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과 지난해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1차 후보에 드는 데 그쳤다.
올해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는 ‘고래’와 함께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데의 ‘더 가스펠 어코딩 투 더 뉴 월드’(The Gospel According to the New World), 코트디부아르 작가 가우즈의 ‘스탠딩 헤비’(Standing Heavy), 불가리아의 작가이자 시인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의 ‘타임 셸터’(Time Shelter) 등 6편이 뽑혔다.
부커상은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2019년까진 맨부커상으로 불렸다. 2005년 신설된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설화적 시공간을 배경으로 세 여성(금복, 춘희, 노파)의 거친 삶을 통해 인간의 파괴적인 욕망을 그린 작품이다. 살인, 방화, 폭력, 성폭행 등의 범죄가 난무하는 인물들의 서사가 민담, 전설, 동화, 초현실적 요소와 함께 전개된다. 해학과 풍자까지 더해져 거대한 흡입력을 자아낸다는 평이다.
천 작가는 영화 ‘총잡이’(1995), ‘북경반점’(1999), ‘이웃집 남자’(2009) 등의 각본을 쓰다가 단편 소설 ‘프랭크와 나’가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에 당선되며 등단했다. ‘고래’를 비롯해 ‘유쾌한 하녀 마리사’(2007), ‘고령화 가족’(2010), ‘나의 삼촌 브루스 리’(2012),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2016) 등을 집필했고, 지난해 영화 ‘뜨거운 피’로 감독 데뷔도 했다.
한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수상자는 다음 달 23일 발표된다. 한강의 ‘채식주의자’에 이어 ‘고래’가 수상의 영광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