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인기가 꺾이질 않는 달달한 너란 존재. 13일 방송된 MBC에브리원의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스페인 친구들이 한 갈빗집에 들렸다가, 후식으로 나온 약과를 먹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너무 작아 아쉽다며 눈물을 흘릴 기세의 친구들을 마주하자, 용기를 내 약과 하나를 더 얻어내는 모습이었죠.
하지만 눈물을 흘리는 건 약과의 존재를 처음 마주한 외국인들뿐만이 아닌데요. 현재 대한민국은 약과를 얻기 위한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더는 할머니가 꽁꽁 감추어 두셨던 그 고릿적 간식이 ‘약과’가 아닙니다. 약과는 작년부터 SNS와 온라인커뮤니티 등지에서 심심찮게 언급되며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디저트’의 선두 주자가 됐는데요.
약과로 유명한 일부 카페의 경우 오픈런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이제는 ‘약케팅’이라 불리는 약과 티켓팅이 치열하죠. 유명 약과 집이 있다는 경기 포천, 의정부, 강원 춘천, 정선의 약과 집 앞은 오픈 전부터 줄이 늘어서는데요. 1인 2개 한정 제한에도 불구 오픈 30분 만에 완판되는 경우도 많죠.
이 약과는 알고 보면 예로부터 귀한 존재로 인식됐는데요. 이름 자체가 약이 되는 과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약과는 ‘유밀과(油蜜果)’라고 불리는 한과의 일종으로 주재료인 밀가루를 꿀과 참기름으로 반죽해 기름에 튀겨 만든 간식인데요. 고려 시대부터 널리 알려진 약과는 고급식으로 대접받았는데, 당시에 귀한 밀가루, 꿀, 참기름 등을 이용해 튀겨서 만든 특별한 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꿀이 아주 귀했고, 몸에도 좋아 ‘약’이라고 여겼죠. 이 꿀을 듬뿍 바른 약과는 정말 몸에 이로운 ‘약 같은 과자’여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집니다.
혜경궁 홍씨 회갑연이 기록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약과가 등장하는데요. 당시 약과에 든 비용이 15냥으로 같이 기록된 쇠고기 편육 보다 두 배가 넘게 비쌌습니다. 약과에 들어가는 밀가루는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수입품이었고 참기름, 후춧가루, 꿀 등 모두 귀한 재료였기 때문이죠. 그야말로 약과는 귀하고 비싼 대표적인 음식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조선 시대에는 이 약과를 사치품으로 금지하던 시기도 있는데요, 조선 시대 법전중 하나인 ‘대전통편’을 살펴보면 민가에서 결혼식을 치를 때나 장례식 때 유밀과(약과)를 사용하면 곤장 80대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고려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비싼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약과를 두고 명종은 약과 제조 금지령을 내립니다. 약과를 만드느라 곡물, 꿀, 기름 등을 너무 많이 사용하는 바람에 물가가 올라 민생이 어려워졌다는 이유였죠. 이후 공민왕도 같은 이유로 약과를 만들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 사치품이 오늘날은 이렇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간편한 과자가 된 셈이죠. 현재 이 약과는 세상의 모든 디저트를 품은 디저트가 되어가고 있는데요. 약과 케이크, 약과 크로플, 약과 와플, 약과 마카롱, 약과 마들렌, 약과 휘낭시에, 약과 쿠키 등 다양한 약과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약과를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린 뒤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얹어 먹는 약과 아포가토가 가장 인기를 끌고 있죠.
정말 다채롭게 즐기는 이 약과, 그런데 정말 약이 되는 과자일까요? 약과의 주재료에 대해 18세기 이후 저술된 것으로 알려진 ‘박해통고’에서는 “좋은 밀가루 1말, 참기름 8홉, 좋은 조청 1되를 재빨리 골고루 치댄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밀가루는 탄수화물 92%, 단백질 8%로 이뤄져 있는데, 고탄수화물 식품으로 당지수 마저 높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당을 오르게 하고 체내에서 쉽게 지방으로 변해 비만을 유발합니다. 또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은 불용성 단백질이라 셀리악병(글루텐 불내증)을 진단받았거나 글루텐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변비나 소화 장애가 발생할 수 있죠.
약과는 또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 조리하는데, 이때 사용하는 콩기름, 옥수수기름(오메가-6 지방산) 등 이 식물성 기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피부 건강을 해칠 수도 있고요. 또 과도하게 섭취 시 체내에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종류마다 다르지만 보통 150Kcal 정도의 약과는 밥 반 공기의 열량과 비슷한 수준인데요. 특히 아이스크림과 생크림 등을 얹은 요즘 약과는 포화지방과 액상과당 함량이 높아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환자는 과식을 경계하는 것이 좋다는 평을 받습니다.
실제로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당뇨병이 꾸준히 증가하며 국내 ‘젊은 당뇨병’에도 빨간불이 커졌는데요. ‘당뇨병 팩트시트 2022’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영향 등으로 당뇨병 유병률은 2018년 30세 이상에서 13.8%에서 2020년 16.7%로 증가했습니다.
20대 당뇨병 환자는 2017~2021년 연평균 12%씩 늘었고, 30대 환자도 같은 기간 연평균 5.9%씩 늘었는데요. 젋은 층의 증가세가 가파른 모습이죠.
인기 약과를 즐기려다 곤장 80대보다 더 격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 없어야겠죠? 더 건강한 방법으로 약과와의 시간을 더 누리고 싶다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