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체 입찰담합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검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리니언시(형벌감면제도)’를 신청한 1‧2순위 업체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제수사에 나서거나 기소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가 20일 처분한 ‘신축아파트 등 빌트인 입찰담합 사건’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이뤄지기 전에 수사가 먼저 진행된 이례적인 사례다. 일반적으로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사건은 ‘공정위 전속고발권’에 따라 공정위가 사건을 조사한 뒤 검찰에 고발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나선 것이다.
그 배경에는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의 리니언시 신청 접수가 있다. 기업들의 리니언시 접수는 공정위와 검찰에 동시에 접수됐고,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시작한 뒤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했다.
형사 리니언시를 1순위로 접수한 기업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제수사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 공정위와 검찰에 리니언시를 1순위로 접수한 기업에 대해서도 검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단순히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만 받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집행까지 실시했다. 직접 브리핑에 나선 이정섭 부장검사는 “자진신고를 한 기업만 압수수색을 하지 않으면 자진신고자가 누구인지 시장에 바로 드러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에서 공정위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같은 강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사건을 주로 다루는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담합을 한 업체들이 앞으로는 공정위보다 검찰에 리니언시를 접수해야 처벌을 확실히 면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검찰-공정위 주도권 다툼’ 해석에 선을 긋고 양 기관의 협업으로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부장검사는 “국가기관 간의 협업을 통한 범죄대응 능력 향상에 방점을 둔다”며 “충돌 없이 공정위와 수차례 원만하게 협의해서 결과를 이끌어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