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소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화물창 원천기술을 제공하면서 다른 서비스를 끼워 팔던 프랑스 GTT사의 갑질 행태에 제동이 걸렸다. ‘울며 겨자먹기’로 비용을 지불했던 국내 조선사들은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선소에서 체감할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는 현저히 낮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21일 노르웨이 해운, 조선 전문지 트레이드윈즈와 업계에 따르면 GTT사가 조선사들에게 기술지원 서비스를 끼워 팔던 행위가 앞으로는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최근 한국 대법원이 GTT사의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최종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기술지원 서비스란 LNG 화물창 기술을 실제 선박에 적용하는 과정에 필요한 설계도면, 작성, 현장감독, 실험 수행 등의 작업을 의미한다.
GTT사는 LNG 저장운송 화물창에 대한 특허,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전세계 LNG운반선 화물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업체로 주요 고객은 한국 대형 조선사다. 국내 주요 조선 3사는 GTT사에 LNG운반선 1척당 선가의 5%를 로열티 명목으로 지불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11월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조선사에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한번에 구매하도록 끼워팔기를 했다는 명목으로 과징금 125억28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GTT사는 서울고등법원에 공정위 시정명령에 대한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2월 사실상 패소했다.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과징금 산정 기준은 일부 문제가 있었으나 GTT사의 행위가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조선업계에서는 'GTT세'란 말이 나올 정도로 GTT사의 계약 관행에 불만이 많았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앞으로는 화물창 기술 특허권 계약과 기술 지원 서비스 계약을 별개로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건조 원가가 일정 부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불필요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받지 않게 된 만큼 장기적으로 선가도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 저장탱크가 고장났을 때 GTT본사 기술자를 부르도록 강제하는 조항 등 어쩔수 없이 구매해야했던 기술지원 서비스에 제동을 건 것은 과거의 관행을 타파하는 진일보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동안 내야했던 기술지원 계약에 따른 수수료가 적어 조선소에서 체감할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는 예상 밖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