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증권사 포트폴리오 필요"
하나금융, 보험사 추가 인수 물색
수협은행 비은행사 인수합병 검토
금융권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자 장사’ 비판을 받은 금융지주들은 올해 은행의 이자이익으론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비은행 중심의 수익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당장 가장 손쉽게 영역을 확대할 수 있는 증권, 보험사 등에 대한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점쳐진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의 순이익 전망치는 4조5355억 원이다. 전년 동기(4조5951억 원) 대비 1.3% 줄어든 규모다.
4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현 시장 상황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금융당국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유럽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 등을 살피면서 대내외 금융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금융권에 위기 대응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1분기부터 금융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요구하고 있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자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수장이 바뀐 우리금융은 지난해 추진하기만 하다 실행하지 못한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기세다. 우리금융은 현재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 우리금융은 계열사로 우리투자증권이 있었지만 2014년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이를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했다. 이후 9년여 만에 다시 증권사 매입에 나선 셈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직후 수차례 증권사 인수에 대한 언급을 해왔다. 임 회장은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우리은행 영등포시니어플러스점 개점식 직후 기자들에게 “아직 구체적으로 제안을 받거나 협의를 할 만한 대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금융 포트폴리오에 증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와 협상할 여지가 있는 증권사가 있다면 기꺼이 나설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인수매물 후보로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이 거론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지난해도 증권사 매물을 지속해서 검토해왔으나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며 “올해는 금융시장 여건상 우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적당한 금액의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MG손해보험,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이중 하나금융이 인수전에 뛰어들 만큼 매력적인 보험사가 있을 지가 관건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을 보유하고 있지만, 업계에서 경쟁력이 낮아 보험사 추가 인수를 통해 업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 M&A를 확대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의 영역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수차례 언급했다. 윤회장 체계에서 꾸준히 M&A를 통해 비은행 계열사를 성공적으로 자회사하고 있는 KB금융은 기업가치,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있다면 시장환경과 자본 활용의 효율성 측면에서 M&A를 검토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h수협은행은 비은행사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연내 자산운용사나 캐피털사 인수를 통해 지주사 전환 추진하겠다는 목표다. 수협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수협법 개정도 필요하다. 수협법에 금융사업을 분리해 지주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조항이 추가돼야 금융지주사로 전환이 가능하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지주들이) 장기적으로 볼 때 M&A, 포괄적인 전략적 제휴, 전문인력 확보 등을 통해 비은행 자회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은행과 비은행 자회사 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해 그룹 차원의 부외거래를 통한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