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중대재해법 해석에 대한 견해차는 노·사·정 사이에 작은 불씨로 여전히 남아 있다. 6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중대재해법 위반 협의 첫 판결에 대해서도 언론에 비친 우리 사회의 견해차는 여전했다. 중대재해법의 취지와 달리 기업은 경영책임자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우려해 경영책임자 보호 중심으로 대응하며 안전을 비용의 관점으로 접근해왔다. 일부 근로자는 안전을 특정인의 일로만 인식하고 적극적 참여에 소홀한 측면도 있었다.
경사노위서 노사정 ‘안전 원팀’ 한마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많은 일터에서 ‘안전이 최우선’, ‘중대재해 감축’ 등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노·사가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3월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채택한 합의문은 최근 각종 노동 이슈로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근로자의 안전보건만큼은 노사정이 ‘안전 원팀’이 되어 협력하고 노력하고자 다짐한 소중한 진전이다.
최근 한 언론사의 ‘산재 관련 국민인식조사’ 결과 보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산업현장 동향과 국민 인식 변화를 볼 때, 중대재해법은 분명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우리 일터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중요한 법률임에는 틀림없다.
모든 법이 단박에 완벽할 수는 없다. 법 제정 시 노·사·정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정부에서는 그간 법 적용의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동법의 근본 취지인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기업의 실질적 예방 노력을 유도하는 효과적인 제재 방식,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모호성에 대한 개선 등 산재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 그간의 규제와 처벌 중심의 사고 감축 전략에서 벗어나 자기규율과 엄중한 책임을 기반으로 위험을 생산하는 주체인 기업의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스스로 찾고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정책을 발표·추진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위험성평가를 핵심 수단으로 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마치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안전보건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의 안전보건활동을 방임하는 메시지로 오해하거나 편의적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28일 ‘산재 노동자 추모의 날’ 안전 다짐
지난해 말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주인공 진도준은 현재를 기억한 상태로 과거로 돌아가 그간 놓쳤던 기회와 잘못을 바로잡았다.
현재 중대재해법이 갖고 있는 아쉬운 점과 과거 발생했던 각종 사망사고를 막고 되돌리기 위해 우리가 진도준처럼 현재의 기억을 갖고 과거로 돌아가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를 바꿀 수는 있다. 오늘은 다가올 미래의 가장 빠른 날이다. 4월 28일은 ‘세계 산재 노동자 추모일’이다. 모두가 이날의 의미를 새기며 노·사·민·정이 함께 사고 없는 안전 일터를 만들고, 예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정책에 적극 참여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