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도 H3도 실패했지만…일본은 울고 머스크는 웃는 이유는?

입력 2023-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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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JAXA보다 개발 속도 앞서
반복·실패 대하는 자세가 간극 불러
“H3 실패 계기로 우주 개발 재검토해야”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에서 20일 스페이스X의 달·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이 이륙하고 있다. 보카치카(미국)/UPI연합뉴스
미국 스페이스X와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최근 나란히 실패를 겪었지만,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최근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20일 달·화성 탐사용 우주선 ‘스타십’의 첫 지구궤도 시험 비행에 나섰지만, 이륙 후 4분 만에 공중에서 폭발했다. 일본의 새 주력 대형 ‘로켓 H3’도 3월 첫 발사시도에 실패했다.

로켓 개발에서 실패나 지연은 잇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개발 속도와 방법론에 차이가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 X는 2010년 1단을 재사용하는 획기적인 로켓 ‘팰컨9’의 첫 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이후 로켓 전체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스타십 발사에 나섰다.

일본도 2014년부터 H3 개발에 착수했다. 하지만 로켓을 재사용하지 않으며 2단 로켓 엔진은 기존 H2A 거의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개발 속도가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인공위성 개발의 일인자인 나카스카 신이치 도쿄대학교 교수는 둘 사이 간극의 원인을 ‘반복’에서 찾았다. 그는 “스페이스X는 발사 횟수당 개량 정도가 작지만, 수차례 반복하면서 단기간에 큰 진보를 실현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회당 개선하는 정도가 크지만 반복하는 횟수가 적다. 이것이 개발 속도의 차이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반복의 힘은 실패를 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닛케이는 “단기간에 여러 번 테스트를 반복할 수 있는 자금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가 독일 그륀하이데에서 열린 테슬라 공장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그륀하이데(독일)/로이터연합뉴스
머스크는 스타십 첫 시험비행 실패에도 “스페이스X팀의 흥미로운 스타십 시험 발사를 축하한다. 몇 달 뒤 진행될 차기 테스트를 위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트윗했다. 발사를 지켜보던 스페이스X 회장에서는 폭발에도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러한 자세가 머스크의 출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카스카 교수는 “머스크가 IT 업계 출신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는 출시 이후에도 버그가 발견되면 그때그때 수정해나갈 수 있다. 완벽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고쳐나가면 되는 것이다. 메타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완벽한 것보다 먼저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의 개발은 완벽을 목표로 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를 감내하기보다는, 실패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데이터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든다. 결과적으로는 개발 속도가 둔화한다. 또한 경험 부족은 문제점을 간과하기 쉽게 만들어 오히려 실패 위험을 키운다.

또한 머스크는 우주 개발에서 ‘제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머스크는 로켓 공장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에서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추가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로켓 개발에서 추가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 기능이 여러 개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불필요했다고 한다. 이러한 제거 작업은 일본인이 잘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신뢰성을 추구한 나머지 과도한 성능이나 기능을 추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상업적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로켓과 인공위성의 개발·제조에서 속도와 비용 절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H3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기간 로켓이라도 이 흐름을 무시할 순 없다. 닛케이는 “기존의 개발 기법을 답습한 채로는 세계에서 일본의 우주개발이 뒤처질 우려가 있다”며 “H3 발사 실패를 계기로 우주 개발과 철학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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