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결속력 강한 축구, 접근성 높은 야구
축구의 경우 응원을 하는 ‘서포터즈’ 간에 결속력과 충성도가 높다.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목 터져라 응원구호를 외친다. 구단의 지원이 부족해도 멀리서 하는 원정 경기에 자발적으로 찾아가 응원을 한다. 다만 아직도 상대적으로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이 남아 있다. 같은 팀을 응원하더라도 ‘서포터즈’에 정식으로 가입하지 않고 응원단 지정석에 앉으려면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팀 서포터즈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구단에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선수들이 타고 있는 ‘버스 막기(버막)’를 하기도 한다.
야구 응원은 상대적으로 열려 있고 접근하기 쉽다. 표를 구입하기만 하면 누구나 응원석에 앉을 수 있어 심지어 상대팀의 유니폼을 입고 함께하기도 한다. 구단의 공식 응원단이 응원 방식을 알려주고 이끌어가기 때문에, 누구든지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반면 팬들의 자율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응원곡 및 동작은 대부분 구단의 응원단이 결정하고, 팬들은 수동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직도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선정적인 춤을 추는 등의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이런 응원 문화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두 스포츠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축구는 상대적으로 경기 수가 적어, 한 시즌 동안 40~60경기 정도를 치른다. 일주일에 많아야 두 게임 정도가 열리기 때문에, 팬들은 한 경기의 승패에 더 애착을 가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응원에 더 격정적이고 ‘서포터즈’는 상대적으로 열정적이다. 야구는 한 시즌 대략 150경기를 하며,일주일에 5~6일 경기를 펼친다. 때문에 구단은 ‘오늘 경기를 지더라도 내일 경기를 위해 선수를 아끼는 전략’을 쓰기도 하고, 관중도 경기 결과와 관계 없이 음식을 즐기며 떠들거나, 심지어 관중석에 앉아 공부나 과제를 하기도 한다. 쉬는 시간이 많아 지루함을 달래줄 공연이나 이벤트가 필요하기도 하다.
각각의 특징…배타성·선정성은 고쳐야
때문에 어떤 응원 문화가 더 우월한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연스럽게 정착된 문화이고 그것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각 응원 문화 속에 지나친 배타성과 폭력성, 선정성 등의 요소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축구 ‘서포터즈’의 ‘버막’은 선수와 구단 관계자에 상당히 위협적일 수 있다. 문화나 권리라고 하기에는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있어 보인다. 물론 팬들과의 적절한 대화 창구를 마련하지 못한 구단 잘못도 크지만, 선수단을 대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야구 응원단 중 아직 지나치게 선정적인 옷차림을 하고 공연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당히 구시대적으로 보인다. 야구를 보러 간 사람들이 섹시 콘셉트의 걸그룹 공연을 보러 간 것은 아닐 텐데 굳이 이러한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최근 들어 특정 축구단의 서포터즈가 배타성을 없애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이 더 힘을 받아 전반적인 응원 문화가 친근하고 접근성 높게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BTS와 블랙핑크의 나라, ‘떼창’의 나라에서 유럽의 단순한 응원 구호를 따라하거나 80년대 유행가를 부르기보다는, 화음과 돌림노래·구호, 그리고 단순한 율동 등을 가미한 우리만의 독창적인 응원을 만들어 갈 수 있다면, 더 다양한 선호를 가진 사람들이 응원의 재미에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야구 응원단은 선정적인 춤을 내세우기보다, 공수 교대의 시간에 관중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여 선물을 나누어 주거나 팬들이 무대 위에 올라 직접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좋을 것이다. 이미 국내외 많은 구단에서 시도하고 있는 관중 참여의 기회를 좀 더 확대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팬들이 ‘직관’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두 프로 스포츠의 응원 문화가 조금 더 성숙해지고 전략적이 된다면 구단과 협회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며, 응원을 하는 팬들도 더 즐겁게 경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