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상영 중인 전주국제영화제 배리어프리 작품은 단편영화 ‘문제없어요’, ‘트랜짓’, ‘유빈과 건’ 등 3편이다. 영화제 전체 상영작(247편)의 1.2%에 불과하다. 러닝타임 1~20분 사이의 단편영화 세 편을 함께 묶어 영화제 기간인 4일과 5일 한 차례씩 총 2회차 상영한다. 영화제를 찾는 시청각장애인으로서는 이 작품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아시아 최고로 손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전체 242편의 상영작 중 11편을 배리어프리 작품으로 상영했다. 전체의 5%에 채 미치지 못한다.
영화제에는 배리어프리버전 제작 의무는 없지만, 시민의 세금이 투입돼 일정부분 공공성을 띠는 만큼 시청각장애인 접근성을 높여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장애의벽을허무는사람들 등 장애인단체는 2020년부터 “장애인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고 영화제를 향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재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사업자의 경우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에 따라 사업자 유형별로 연간 5~10%의 화면해설 방송을 의무적으로 편성해야 하는데, 이를 준용하면 영화제 역시 200편 상영작을 기준으로 1~20편의 장애인용 상영버전을 준비해야 한다.
‘한산’, ‘올빼미’ 등의 화면해설 문장을 쓴 홍미정 작가는 "한 편도 안 만든 해에 비하면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여러 노력을 했을 것”이라면서도 “247편 중 3편은 너무 적다.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부산국제영화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또 “영화 수급이 너무 빠듯해 일정 정도의 제작기간이 필요한 배리어프리버전을 만드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수백 편 영화가 모두 일시에 수급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영화제의 보다 적극적인 제작 노력을 촉구했다.
다만 이윤을 내기 어려운 영화제 조직 특성상 제작예산 확보 문제는 여전한 어려움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우 단편영화 ‘문제없어요’, ‘트랜짓’, ‘유빈과 건’의 배리어프리버전 제작에 800만 원가량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편영화의 경우 러닝타임이 10배 가까이 늘어나는 만큼 비용도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이날 최지나 전주국제영화제 한국영화팀장은 "올해 처음으로 자체 제작비를 투자한 만큼 상영작 감독을 사전 섭외해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의 교육을 들은 뒤 직접 화면해설 문장을 쓸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제작 과정을 설명했다.
또 “대중적으로 볼 수 없는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로서는 더 많은 장애인관객에게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면서 “올해 자체예산으로 첫발을 뗀 만큼 내년에는 제작후원 등을 통해 편수를 더 늘리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