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의료연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오는 17일 연대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한 집단반발이 본격화한 것이다. 의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요양보호사 등 13개 단체가 의료연대를 이루고 있다. 전례 없는 규모의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의료연대는 총파업에 앞서 오늘 1차 연가투쟁에 들어가고 11일부터 전국 동시다발 2차 연가투쟁과 함께 단축 진료에 나선다고 한다. 치과의사들도 2차 연가투쟁에 동참한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회견에서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다른 소수 직역을 말살하는 입법”이라고 주장했다. 17일 총파업 일정에 대해선 “불가피한 최후의 선택”이라고 했다.
간호법은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 관련 내용을 추려내 별도 법안으로 분리한 제정안으로 대한간호협회 등이 숙원사업으로 여겨왔다. 한마디로 간추리면 국가가 간호사 근무환경을 책임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직역 갈등을 부추기는 내용이 없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간호법 제1조의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이른바 ‘지역사회’ 문구부터 다양한 해석과 혼란을 낳고 있다. 의사들은 간호사 단독 개원이 가능할 것으로 의심한다. 또 간호조무사들은 법제 변화가 확정되면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고유 영역이 현저히 축소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간호법이 실제 어찌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왜 분쟁이 커지는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도 많다. 그만큼 복잡하고 유동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간호법 문제는 그간 뜨거운 쟁점이 돼 왔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다는 사실을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거대야당이 입법폭주를 했다. 참으로 꼴사납다. 의료연대의 파업 선언을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눈앞에 닥친 의료대란 가능성은 제쳐두더라도 70년 동안 유지된 의료 관련 법체계를 흔드는 법제적 대변화를 왜 그리 졸속으로 밀어붙여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정치는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를 중재하는 기능을 본령으로 한다. 국회를 장악한 원내 제1당이라면 더더욱 다수 의석을 준 국민의 뜻을 헤아리고 정치의 본령을 다해야 한다. 한심하게도 현실은 딴판이다. 정치가 의료 직역 갈등을 극대화하고 반목과 충돌을 유도하고 있다. 딱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