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생활소음 기준 못지 않게 중요"
신축공사 등으로 인한 소음·진동이 법에서 정한 기준치인 70데시벨(dB)을 넘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5일 앵무새 사육·판매업자 A 씨가 건설사와 공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7월부터 경기 안양시 한 건물 3, 4층 및 옥상에서 앵무새를 기르며 판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다 2017년 인근 부지에 지상 15층 규모의 생활숙박 및 근린시설 신축 공사가 시작되자 소음·진동으로 인해 앵무새가 이상증세를 보였다.
이에 A씨는 안양시청에 16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또 소음·진동 탓에 앵무새 427마리가 폐사했다며 건설사 등을 상대로 3억44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의 앵무새들이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소음·진동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이상증세를 일으키거나 폐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 역시 "상업지역 생활소음 규제기준인 '주간 70dB 이하'를 준수해 공사를 진행했다"며 "가축피해 인정기준인 60dB 이하로 소음을 낮추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들이 참을 한도를 넘는 위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생활소음 규제기준을 넘지 않았다고 해서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것이 아니라, 공사로 발생한 소음의 태양과 정도, 피해 여부, 소음저감 조치 등을 종합적으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축피해 인정기준도 생활소음 규제기준 못지 않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며 "건물 신축공사로 판매장에 발생한 소음은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도달하였거나 넘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가축피해 인정기준에 따르면 가축의 폐사·유산·사산·압사·부상 등 피해유형에 대해서는 최대소음 70dB을, 성장지연·수태율 저하·산자수 감소·생산성 저하 등의 피해유형은 평균소음 60dB을 피해와 개연성을 인정할 수 있는 소음으로 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판매장의 월 매출액, 사료·새장 등 연간 매입액, 앵무새 매입액도 건물 공사 이후 전체적으로 감소했다"며 "불규칙하고 충격음을 동반하는 소음이 조류에게 더 해로울 수 있다는 감정내용을 보면, 공사 소음이 앵무새 폐사 피해에 기여한 정도는 상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