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산은의 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정을 고시하면서 사실상 행정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죠. 다만 당장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당장 산은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산은 노동조합에서도 이 부분을 지적하며 현재 정부 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산은의 부산 이전 절차를 불법이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국토부가 산은의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를 하자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법(산은법 제4조 제1항)상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이전 공공기관'으로 고시하는 등 행정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는데요.
금융노조는 산은 노조와 함께 "자신의 이익과 실리를 위해 법을 어기고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시하는 대통령이 대체 어떻게 '공정'과 '상식', '자유'와 '법치'를 논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의 ‘아전인수’식 법치주의를 강력하게 규탄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산은 직원들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문서에 명시된 노사협의를 요구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산은을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했다"며 "일부 국책은행과 해양·파생금융기관을 두고 부산에 금융기관들이 집적돼 있다고 얘기할거라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먼저 부산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도 "지난 331일 동안 산은 직원들이 부산 이전의 부당함에 대해 얘기했으나 국토부는 이를 듣지 않았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정을 추진했던 모든 이들은 권한남용과 불법·탈법으로 법 앞에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죠.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산은법에 있습니다. 산은법에는 '산은의 본점을 서울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는데 법 개정 없이 정부가 행정절차를 추진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인데요.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앞세워 산은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 산은법과의 우선순위를 두고 갈등이 생기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산은의 부산 이전은 국회에서의 산은법 개정 여부에 달린 셈인데요. 산은법 개정 여부도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여당은 산은의 부산 이전이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사안인 만큼 당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는 상황인데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다소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산은 노조의 입장에 동참하며 부산 이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내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의원들은 "산은의 부산 이전을 간절히 희망한다"며 이전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죠.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에서는 반대가 있을 수 있지만,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당론도 아니다"면서도 "국민의힘이 (산은 부산 이전을) 당론으로 정해서 우리 원내대표와 협상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설득을 해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미흡해서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