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베트남‧필리핀 등 세계 각지에 K에듀테크를 수출하는 기업이 있다. 최근 콜롬비아 교육 플랫폼 혁신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시민 공로 훈장을 수상하기도 한 비상교육 이야기다. 비상교육의 해외 진출 성공의 핵심에는 20년 넘게 회사와 함께해 온 양태회 대표이사가 있다.
양 대표는 서울 대성고, 고려대 불어불문과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1992년 ‘길잡이학원’을 차려 국어 강사로 활동하다 1997년 12월 국어 전문 출판사 비유와상징을 창업했다. 중등 국어 ‘한끝(한권으로 끝내기)’이 학습 참고서 시장에서 대박을 치고 자율학습교재 ‘완자(완벽한 자율학습서)’, 과학학습서 ‘오투’ 등 출간 교재가 잇달아 성공했다. 2008년 6월에 증시에 상장했고 이를 계기로 2009년 4월에 명칭을 비상교육으로 변경했다.
이후 비상교육은 교과서, 참고서, 학원 교육, 홈러닝, 자기주도 학습에 이르기까지 공교육과 민간교육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교육 영역에 걸쳐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현재 출판 부문(국정, 검인정 교과서, 교재), 러닝 부문(스마트학습), 티칭 부문(학원, 기관), 기타 부문(글로벌, 플랫폼 등)에서는 국내외의 유아에서 고등까지 학령인구를 주 대상으로 출판 및 최신 교육 기술을 접목한 에듀테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학습자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점프스카이 등을 통한 문화, 놀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2530억 2863만 원으로 2020년 1723억 1376만 원, 2021년 2155억 7381만 원에 이어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 영업이익은 2016년 355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고 2020년 첫 적자의 쓴맛을 봤지만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기준 총자산은 3092억 2608만 원이다.
양 대표는 ‘교육 출판과 학습은 원래 이러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에듀테크 회사로서 지금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그는 “과거의 패러다임과 경험에 바탕을 둔 기획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기반을 둔 전략과 미래 교육 가치 제고에 충실한 기획, 교육의 디지털화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지금의 비상교육을 만든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령인구 감소, 학습 니즈 변화, 4차 산업 혁명 등 외부 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비상교육이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게 된 계기”라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더 혁신적인 전략을 수립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비상교육은 ‘digital’과 ‘global’에 기초한 에듀테크 회사로 탈바꿈하는 것으로 회사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세웠다. 양 대표는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육의 세계 보급을 통해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교육 격차를 줄이고 세계 교육을 상향 평준화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로운 목표를 잡은 이후에는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힘썼다. 2016년부터 비상교육은 ‘Englisheye’, ‘Wings’ 등 디지털화된 교육 콘텐츠를 들고 해외 진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양방향 수업 시스템과 개별 맞춤 AI 교육 플랫폼까지 구축돼 ‘digital pedagogy’를 완성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비상교육은 자평한다.
거듭된 비상교육의 노력은 결실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에듀테크 전시회 ‘BETT 2023’에서 양방향 수업 시스템(ICS) 기반의 올비아(AllviA) 운영 사례를 알리고, 독일의 국제 디자인 공모전 ‘iF 디자인 어워드 2023’에서 교과서 디자인으로 3관왕을 달성한 것이 한 사례다.
올해 2월에는 필리핀 내 고등 교육을 총괄하는 대통령실 직속 정부 기관의 차관급 고위직 인사들과 동남아시아 교육장관기구(SEAMEO)의 사무총장 등이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고등교육 역량 증진을 위해 한국의 에듀테크 학습 시스템과 교육 방법론의 변화 등을 벤치마킹하고자 비상교육 본사를 방문했다.
지난달에는 IT 솔루션 제공 업체 Afriko Holdings PTY LTD와 디지털 교육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해당 업체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인프라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스마트스쿨 사업에서 에듀테크 콘텐츠 및 솔루션 부문을 맡기도 했다.
양 대표는 비상교육이 해외에서 얻은 결실을 회사 구성원의 덕으로 돌렸다. 그는 “비상교육은 ‘내가 선택한 조직에서 일하는 의미와 즐거움을 높여주는 공동체의 정서, 프로세스, 시스템’을 전 조직원이 함께 이룩해 왔다”고 설명한다.
이어 “자신이 선택한 일에 가치를 더할 뿐 아니라 삶과의 일체감도 높아져 더 행복하고 자유로운 창의적 사고력을 겸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직 문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했다.
양 대표는 “국내외 시장에서 비상교육의 올해 목표는 크게 두 가지”라고 말했다. 첫 번째는 사내 시스템의 완전한 디지털 전환이다. 비상교육은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위해 만드는 제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뿐만 아니라, 경영 전략, 업무 프로세스, 사내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조직 전체의 DNA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있다.
두 번째는 양방향 수업 시스템(ICS)의 고도화다. 챗GPT의 등장으로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과목별 교육이나 한 방향의 주입식 교육은 그 의미가 더욱 퇴색하고 있는 상황에서 ICS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양 대표는 “ICS는 교사의 수업 준비와 진행의 편의를 돕고 수업 중 상호 작용을 통해 학생의 수업 참여와 몰입을 높인다”며 “학습자는 개별 맞춤 보충‧심화 학습을 할 수 있고, 교사는 티칭보다 코칭에 집중하게 되며 학교는 더 이상 시험과 평가 중심 기관이 아닌 학생들의 성장과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 중심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시장으로 좁혀서 본다면 미국‧영국 시장으로의 진출이 올해 비상교육의 과제다. 양 대표는 “일찌감치 교육의 디지털화를 시도한 이들 국가에서는 이제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넘어 증거 기반의 학습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교육은 수 년 전에 ‘수업 과정의 시스템화’, 즉 선생님의 전자칠판과 학생들의 태블릿 PC 를 양방향으로 소통시켜 수업 전, 수업 중, 수업 후의 학습‧행동 데이터를 모아 실시간 피드백이 가능한 ICS 기반인 올비아를 출시했다. 올비아에 영어 학습 솔루션을 적용한 ‘엘리프(Elif)’가 해외 십여 개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다.
양 대표는 “영어의 본고장인 영국의 초등학교에서 비상의 영어 학습 솔루션 엘리프를 사용하는 것은 누구도 상상해보지 못한 성과”라며 “올해 비상교육은 이처럼 아시아 대륙을 넘어 글로벌 교육 기업으로 성장하며 K에듀테크를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