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치즈와 물엿 가격이 24.9%, 23.7% 올랐다고 한다. 맛살, 어묵, 참기름값도 20%대 상승했다. 잼과 드레싱은 한술 더 떠 각각 34.8%, 32.6% 올랐다. 가계를 짓누르는 20~30%대 고공행진들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적시된 외식과 가공식품 부문의 지난달 물가를 보면 이제 급속히 오르지 않는 것을 찾기가 외려 어려울 정도다. 서민 음식의 대명사인 라면만 해도 12.3% 올랐고 햄버거는 17.1%, 빵은 11.3% 올랐다.
물가안정의 책임을 지는 당국은 대체로 입맛에 맞는 수치를 들이대며 물가 전선에 이상이 없는 것처럼 분칠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부터 그렇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3.7%를 기록해 1년 2개월 만에 4%를 밑돌았으니 근거 없는 주장은 아니다. 한은은 나아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내다 올 연말 3% 수준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둔화’라는 표현을 앞세우는 낙관론에 시장과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느냐다. 먹거리 물가만 봐도 명백히 한계가 있다. 외식과 가공식품의 세부 품목 112개 중 32개가 10% 선 이상 상승률을 나타냈다.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 3.7%를 웃돈 품목이 97개에 이른다. 전체의 86.6%다. 근원 물가상승률도 4%대로 관리 목표치인 2%와 거리가 멀다.
문제는 더 있다. 당국이 긍정적 지표로 제시하는 3.7% 통계치조차 관련 당국의 공공요금 억누르기와 시장 가격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통해 간신히 얻어낸 수치라는 사실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들어 월 한두 차례씩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주류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3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식품업계를 겨냥해 “최대한 물가안정을 위해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전선에 이상이 많다는 뜻이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관치나 편법에 계속 기대는 것은 금물이다. 시장 원칙에 반하는 손목 비틀기가 언제까지 통하겠나.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석유만 해도,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OPEC+)이 감산 결정을 한 것이 곧 적용된다. 올 2월부터 사실상 1300원대에서 맴도는 원·달러 환율도 수입물가를 자극할 요소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유럽·호주 중앙은행 등의 금리 인상 행진도 우려를 더한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은 벌써 1.75%포인트까지 확대돼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정상적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