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감독 "문재인 인터뷰만 1시간20분...정치 관련 다 뺐다"

입력 2023-05-09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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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만 1시간 20분이었어요.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이야기만 하더라도 10분가량 됩니다. 김경수 전 지사에 대해서도 따로 말하셨죠. 많이 아깝죠”
▲이창재 감독 (엠프로젝트)

다큐 '문재인입니다' 개봉을 이틀 앞둔 8일 오후 이창재 감독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정치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다루면 그에 대한 결과와 해석도 담아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 역량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면서 “다큐의 맥락과 상관없다고 판단한 (정치와 관련된) 부분은 다 뺐다”고 말했다.

‘문재인입니다’는 퇴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평산마을 생활을 들여다보며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야생화를 좋아하고 반려견을 아끼는 동네 할아버지 같은 일상적인 모습이 다수 담겼다.

지난달 말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최초 공개된 ‘문재인입니다’의 이 같은 내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도 나왔다. 자연인으로서의 친근한 모습을 조명하면서 임기 내 빼놓을 수 없었던 부동산 정책이나 검찰개혁 등의 주요 쟁점은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엠프로젝트)

필연적으로 정치적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 작품을 왜 연출했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태도’에 대해서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문제에 대해서 (일본에) 어떤 태도를 취했고, 조국 사태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취했고… 그 태도가 모여서 그 사람의 어떤 내면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작품 중에는 조국 전 장관 이야기에 골똘한 생각에 잠기는 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잠시 등장한다. 이 감독에 따르면 “당시 인터뷰에서 ‘유일하게 정치한 게 후회될 때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치로 인해 큰 상처를 받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영화에는 그 장면을 넣지 않았다.

이 감독은 인터뷰 분량을 대거 들어낸 결정을 두고 “옳고 그름을 떠나 나의 예술적 선택”이라면서 “좀 더 친절하게, 구체화된 팩트로 서술할 수도 있었겠지만 (잠시 침묵하는) 그 표정에서 (그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의 이야기 뒤에는 대화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그날 인터뷰는 곧장 마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문재인입니다' 스틸컷 (엠프로젝트)

‘문재인입니다’는 당초 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 제작하려 했지만, 2018년부터 보내기 시작한 제안서에 답을 받지 못하면서 섭외가 지연돼 2022년에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무려 6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시동을 걸어놨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당시를 돌이킨 이 감독은 “대통령과 연이 닿을까 하고 국가기념식 총연출도 맡아봤지만 악수만 하고 가더라”고 아쉬웠던 심정도 토로했다. 창작자로서 작업을 진척시키지 못하는 동안 생니가 빠질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중에는 꿈에 문 전 대통령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닌 감독의 시선에 심리적 거리감을 느끼는 관객층이 존재할 수 있다고도 물었다. 담담히 고개 끄덕이던 그는 전작 '노무현입니다'(2017) 당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아버님처럼 아흔이 넘으신 완전 저쪽 진영 분이 ‘노무현입니다’를 보고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대?’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만 되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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