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텍사스 한인 매체 DKNET에 따르면 전날 오후 댈러스 교외 ‘앨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현장에서 30대 한국계 부부 조모씨와 강모씨, 이들의 3세 아이가 총격에 맞아 숨졌다. 다른 자녀인 5세 아이는 크게 다쳐 병원에 이송됐으나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나와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적인 부부는 변호사와 치과의사로 지역 사회에서 평판이 좋았다고 전해진다. 이들은 주말 쇼핑에 나섰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총격이 있었다’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 구조에 나섰다는 현지 주민 스티븐 스페인하우어는 미국 CBS에 조씨 가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에 대한 목격담을 전했다. 그는 “숨진 한 여성의 몸을 돌렸을 때 밑에서 4~5세 정도로 어린 소년을 꺼냈다. 아이는 누군가 피를 쏟아부은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투성이였다”고 말했다.
그가 아이에게 상태를 묻자 어린 소년은 “엄마가 다쳤어요”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스페인하우어는 살해당한 엄마가 아이를 보호하면서 (아이가)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당 사연이 알려진 뒤 미국 온라인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에는 익명·기명의 모금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고펀드미에 따르면 생존한 5살 아들은 사건 발생 나흘 전 6번째 생일을 맞았고 가족은 이 아이의 옷을 다른 사이즈로 교환하기 위해 사건 당일 쇼핑몰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장에 있다가 가까스로 화를 면했다는 한 한인 교민은 현지 지역 매체에 참사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교민은 당일 오후 해당 쇼핑몰의 가방 매장에 있다가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 한 매장 직원의 말을 듣고 창고에 숨어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민은 “가방을 고르고 나서 결제를 하려고 문 앞에 있는데 갑자기 매니저가 막 문을 잠그면서 ‘에브리바디, 고!’(Everybody, Go!)하면서 창고로 들어가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어디 끌려가나 싶었는데 창고 문을 닫는 순간 총소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그때부터 ‘다다다다’하는데 총소리가 가깝게 내 뒤에서 나는 것 같았다.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올 것 같은 그렇게 가깝게 들렸고 무서웠다. 매니저가 우리에게 서 있지 말고 다 땅으로 앉으라고 했다”며 “그 매니저가 어떻게 봤는지 범인이 총을 갖고 내리니까 그걸 보고 숨으라고 한 것이다. 딱 1분도 못 돼서 창고 안에 앉은 순간 총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날은 미국의 기념일인 ‘마더스 데이’(Mother‘s Day·어머니의 날)를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평소보다 훨씬 많은 방문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은 범인의 신원은 33세 남성 마우리시오 가르시아라고 전했다. 그는 아울렛 앞 주차장에서 차를 세운 후 내리자마자 총기를 난사했고 모두 8명이 숨졌고 다수의 부상자들이 나왔다. 총격범 역시 현장에서 경찰의 총에 맞아 사살됐다.
현지 수사당국은 총격범의 범행 동기를 수사 중이다. 경찰은 총격범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 등을 토대로 극단적인 인종주의에 기반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댈러스 한인회는 애도 성명을 내고 “우리 동포사회의 일원으로 좋은 평판을 받으며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던 아름다운 한인 가족의 사망 소식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우리 모두에게 커다란 슬픔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한인회는 이번 총격 사건에 대해 “작년 한인 사회에 헤어월드 살롱 총격 사건과 고 신진일 씨 사망 사건, 올해 4월 해피데이 주점 총격 사건에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발생한 총격 사건”이라며 “한인 동포들이 좀 더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했다.
한인회는 9일부터 13일까지 한인회 사무실 내에 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한인회는 “총격 사건을 당한 한인 가족은 물론 희생당하신 분들을 위한 분향소”라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올해만 총기로 1만4000명이 목숨을 잃었다며 의회에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했지만 공화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원에선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오늘은 2023년의 128번째 날이며 우리는 올해 들어 201번째 총기사건을 목격했다. 이것은 하루 평균 한 건 이상의 총기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위기상황”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의회는 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총기 규제법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