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이 최근 미국과 스위스 은행의 대규모 인출 사태를 바탕으로 신흥국 은행에 대한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을 10일 보고서를 통해 내놨다. 선진국 은행 대비 보수적 경영을 펼쳐 자산 대비 저평가받았던 신흥국 은행의 회복력과 수익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당국의 보수적 성향 때문에 한국 은행주를 덜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보수성은 최근 수년간 신흥시장 은행 섹터를 대표하는 말처럼 사용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실리콘밸리은행, 시그니처뱅크,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일부 미국 지방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가 겪었던 예금 인출 사태를 신흥국 은행들이 경험할 위험은 낮아 보인다”며 “일치하지 않는 금리 사이클, 뛰어난 재무건전성, 엄격한 규제 등이 그 근거”라고 했다.
또한, 신흥국 은행은 금융당국의 엄격한 규제 덕분에 자기자본비율을 늘릴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중국, 인도 및 브라질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현지 당국이 요구하는 기본자본 비율보다 3~6% 높은데 이는 바젤Ⅲ 규제 하 최소 자기자본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이처럼 높은 자기자본비율은 신흥국 은행들의 수익을 저하하는 요인이 됐던 것도 사실이며, 2010년 이후 신흥국 은행주들은 선진시장 은행주들과 비교해 낮은 성과를 기록했다”면서도 “최근 미국과 스위스에서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고, 규제 당국이 긴급히 개입하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신흥국 은행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 선진국 은행들보다 부진했던 투자 성과도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흥국 시장이 선진국 시장보다 높은 변동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수익의 성장잠재력은 더 높고, 신흥국 은행들은 수년 동안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나름의 문제들을 경험해 왔다”면서도 “아시아 금융 위기 이후 지나치게 규제를 강화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25년 전 이후 신흥국 은행은 대형 은행이 소형 은행을 인수하는 극적인 통합의 과정을 거쳤다”며 “예를 들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은행 수가 40%나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만라즈 세콘 템플턴 글로벌 주식투자 부문 CIO는 “최근 몇 년간 신흥국 은행은 규제, 혁신 그리고 회복해왔고, 규제 당국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실수를 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미국과 스위스 은행 시스템이 직면한 혼란으로 보아 이러한 보수적 접근이 나름의 결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앞으로도 신흥시장 금융당국들이 은행에 대한 보수적인 규제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신흥국 은행 성과는 자산관리 사업과 비공식 경제보다 빠른 공식 경제 성장에 따른 신용 수요 증가, 인도 등과 같이 도시화 비율 상승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 등으로부터 동력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보고서는 “신흥국 은행들은 향후 몇 분기 동안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하고 배당금까지 줄일 것을 요구받고 있으며, 더 높은 자본조달 비용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며 “신흥국 은행의 자기자본 수준은 이미 국제 및 현지 규제 요건을 크게 웃돌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배당이 예상되고, 은행 간 통합 이후 대체 신용제공자와의 경쟁이 줄어든 만큼 수익성 또한 좋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에 따라 선진국 은행과 비교해 자산 대비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신흥국 은행의 주가는 회복력과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추가 상승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