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포렌식·관계자 진술 통해 통정매매 입증 가능"
김익래 등 대주주뿐 아니라 정관계 인사도 연루 가능성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라덕연 H 투자자문업체 대표 등 3명의 신병을 확보한 데 이어 관련자들을 불러 정황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확보한 통신 자료와 구체적 진술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나설 전망이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합동수사팀은 전날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라 대표를 비롯해 그의 측근인 호안에프지 대표 변모(40) 씨, 전직 프로골퍼 안모(33) 씨를 체포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에게 출석을 요구할 경우 출석을 안 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체포한 경우 48시간 내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검찰은 추가조사 후 이르면 11일 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라 대표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휴대전화와 개인정보를 넘겨받아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라 대표는 "투자자를 유치한 건 맞지만, 통정매매는 하지 않았다"며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주가를 띄운 과정을 우선 파악한 뒤 김 전 회장 등 대주주가 주식을 팔며 폭락사태가 벌어진 배경을 살펴볼 계획이다. 라 대표가 무허가업체를 운영하며 투자를 일임받고, 수익금을 타 법인을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받은 혐의는 어느정도 소명이 됐다는 평가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불법모집 정황 등이 이미 드러나 있고, 다양한 사람들을 불러서 진술을 받았을 것"이라며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만으로도 혐의의 절반 수준은 소명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관건은 통정매매 입증이다. 라 대표 등이 타깃으로 삼은 종목 주가는 3년에 걸쳐 조금씩 우상향하며 정상거래 흐름을 보였다.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투자자 개인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과 정보를 넘겨받아 전국 곳곳에서 주문을 체결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여러 방법을 썼지만 많은 휴대폰 포렌식과 진술을 통해 우상향 곡선이 통정매매라는 걸 입증할 수 있다"며 "특히 이들 3명이 구속되면 나머지 사람들은 추풍낙엽이다. 서로 살기 위해 진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철 변호사도 "실행자들에게 언제, 어디서 매매하라는 라 대표의 지시사항이 남겨져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입증 가능하다고 본다"며 "다만 주가조작에 대한 이득을 산정하는 건 원칙적으로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통정매매가 확인돼도 주가조작 이득을 산정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형량이 피고인의 부당이득에 비례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액이 통정매매 영향인지 호재 등 외부요인인지를 구분해야 하는데, 특정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대주주와 라 대표 간 연관성 역시 풀어내야 할 과제다. 김 전 회장은 지난 4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다우데이타 지분을 매입·매도한 시점이 절묘해 '라 대표 일당과 공모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라 대표 측 투자자 50여 명은 지난 8일 김 전 회장 등이 주식을 판 경위를 철저히 확인해 달라며 검찰과 금융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금융당국이 진상규명을 위해 키움증권에 대한 검사에 나선 만큼, 결과가 나온 이후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관계 고위직 인사들까지 사건이 번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 장 모 위원은 투자자 모집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고, 박영수 전 특검도 라 대표 관련 회사에서 법률 자문으로 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정도 규모 사건이면 정관계 인사들이 정책 마련이나 입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들의 뒤를 살피고 도와줬을 수 있다"며 "현재는 주요 세력들에 대한 수사가 먼저지만 향후 사건은 정관계 인사들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