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차량기지 이전 백지화에 다시 갇힌 구일섬…주민들 ‘분통’[르포]

입력 2023-05-10 17:18수정 2023-05-1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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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째 숙원사업…기재부 ‘타당성 없음’ 결론에 백지화

광명시 “환영”vs구로1동 주민 “실망”…엇갈린 반응

▲서울 구로구 구로동·구일동에 위치한 구일섬 지역 지도 이미지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구로1동. 이곳은 마치 섬처럼 갇혀 있다고 해서 구일섬으로 불린다. 동쪽으로는 1호선 지상구간과 구로차량기지로, 서쪽으로는 서부간선도로와 안양천에 막혀 있다. 바깥으로 나갈 수 있는 도로로는 남부순환로가 유일하다. 철도 건너편으로 갈 수 있는 지하보도가 동쪽과 북쪽으로 각각 1개씩밖에 없어 걸어서 이동하기도 불편했다. 뿐만 아니라 주변 차량기지와 지하철 탓에 소음과 먼지에 노출돼 있어 주변 환경이 열악해 보였다.

기자가 이른바 ‘구일섬’이라고 불리는 이 일대 아파트를 둘러보니 ‘예비안전진단 통과’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1980~1990년대 지어져 준공된 지 30년을 훌쩍 넘긴 아파트 대부분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오랫동안 이곳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여부 발표에 눈이 쏠렸다.

지난 9일 기획재정부가 구로차량기지 광명시 이전 사업을 두고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자 구로1동 주민들은 크게 실망했다. 반면 광명시는 “광명시를 지켜냈다”며 크게 환영했다. 이번 기재부의 판단은 사실상 광명시의 반대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 현대연예인 아파트 단지에 걸린 현수막 (문현호 기자 (m2h@))

현장에서 만난 구로1동 주민들도 크게 실망한 모습이다. 구로주공아파트 1단지에서 15년째 살고 있다는 주민 A씨는 “광명시가 반대하더라도 이번엔 차량기지를 이전할 줄 알았다”면서 “다른 주민들 대부분 이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충격적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선거철만 되면 차량기지를 이전하겠다는 공약이 쏟아지는데 표만 팔아먹고 아무것도 한 게 없다”며 지역 정치인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주민들은 성공적인 재건축을 위해 차량기지 이전이 필수라고 입모아 말한다. 차량기지 이전으로 교통과 주변 여건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반쪽짜리 재건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로 차량기지 이전은 거듭된 타당성 재조사로 수도권 발전 종합대책이 발표된 2005년 이래로 18년째 교착 상태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구로차량기지를 광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이전 후보지로 거론된 광명시의 강한 반발로 사업은 난항에 빠졌다.

주민 B씨는 “제대로 재건축을 하려면 차량기지 이전이 꼭 필요하다”면서 “차량기지가 이전해야 길도 더 생길 텐데 지금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불편하고 택시도 이곳까지 잘 오려 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주공1차에 이웃한 현대연예인 아파트에 사는 주민은 반쯤 포기한 듯했다. 단지 내에서 만난 한 주민은 “광명시가 반대하더라도 이번엔 차량기지를 이전할 줄 알았다”면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만큼 기대가 컸는데 이제는 작은 희망도 없어졌다”고 했다.

택시기사 C씨는 “구일섬 쪽은 택시가 주로 지나가는 길도 아닐 뿐더러 굳이 들어갔다가 나와야 하는 만큼 선호하지 않는 지역”이라며 “길이 많지 않아 교통체증도 있는 편이라 주민들을 위해서라도 차량기지를 어디로든지 이전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커지자 구로구는 입장문을 내고 “구로철도차량기지 이전을 기다리고 계셨던 주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면서 “(그럼에도) 이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로철도차량기지 이전을 위하여 국토부와 함께 사업 초기부터 참여했고 최선의 행정력을 동원하여 지원했다”면서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구청장이 직접 참석해 구로철도차량기지 이전의 필요성을 위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런 결과가 발표된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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