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만 몰랐다…‘백전백승’ 김남국 코인 투자법은 [이슈크래커]

입력 2023-05-1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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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수십억 원대 가상자산 보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관련한 의혹이 연일 증폭되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게임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코인 위믹스 80여만 개를 보유했다가 트래블룰이 시행되기 전인 같은 해 2월 말~3월 초 전량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요. ‘코인 실명제’라고 불리는 트래블룰은 가상자산 송금 시 사업자(거래소) 간 송수신인 정보를 공유하는 제도입니다.

김 의원이 위믹스를 보유했던 기간 중 코인의 가치는 6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는 추측까지 나옵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9일 “민생 위기 속에 공직자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는데요. 언론 보도를 통해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사실이 밝혀진 뒤 당내에서도 비판이 빗발치자, 나흘 만에 고개를 숙인 겁니다.

특히 이날 가상자산 커뮤니티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는 김 의원이 발표한 가상자산 지갑의 잔액과 잔고가 같은 지갑을 찾아 이를 김 의원의 것으로 특정해 분석한 결과를 내놔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지갑에서는 모두 127만 개의 코인이 거래됐습니다. 이는 앞서 알려진 80여만 개를 뛰어넘는 개수고, 당시 가격으로는 100억 원을 훌쩍 넘습니다. 김 의원이 8일 내놓은 해명에도 구멍이 많아 의혹이 가중된 상황인데, 가상자산 보유 액수도 애초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알려진 겁니다.

김 의원은 투자 과정에 대해 “일체의 불법과 위법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의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코인 보유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국 “위믹스만 투자한 것 아냐…지인 추천으로 이더리움 샀다”

김 의원은 8일 13쪽 분량의 입장문을 내고 △60억 원 가상자산 보유 여부 △수익을 현금화해 대선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실명계좌 사용 여부 등을 반박한 데 이어 9일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하면서 재차 해명에 나섰습니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자금 출처에 대해서 “전세가 만기가 도래해서 전세자금을 가지고 있는 게 6억이고, 전세자금을 투자해서 LG디스플레이(주식)를 산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는 2021년 1월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해 발생한 예수금 9억8574만 원을 가상자산 초기 투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죠.

가상자산에 처음 투자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2016년 2월경 청년들은 그 당시 가상화폐가 4차 산업혁명의 붐이라고 했다. 당시 지인의 추천으로 8000만 원 정도를 이더리움에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된 위믹스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라고도 강조했는데요.

김 의원이 주장한 2016년 2월께는 국내 코인 거래소 중 어떤 곳도 이더리움을 취급하지 않던 상황이었습니다. 2개월이 지난 그해 4월이 돼서야 이더리움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됐죠. 이더리움의 최초 발행일은 2015년 7월 30일이라 김 의원은 극초기 단계에 투자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당시 이더리움은 2500원에서 8000원의 시세를 보였고, 김 의원이 당시 최고가로 매입했더라도 8000만 원으로 살 수 있는 이더리움의 개수는 1만 개에 달합니다.

10일 오후 4시 기준 이더리움의 가격은 244만 원 선입니다. 1만 이더리움은 약 244억 원이죠. 이더리움은 2021년 12월엔 590만 원대까지 찍은 바 있어, 당시 기준을 적용했을 때 1만 이더리움은 590억 원입니다. 가정이긴 하지만, 김 의원이 8000만 원을 590억 원 가량까지 불릴 수도 있었다는 계산이 가능합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초 사실관계 해명은 없었다…‘잡코인’에 거액 투자한 이유는?

김 의원의 해명은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논란의 핵심인 위믹스 거래 시점과 규모, 금액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는 공개된 바 없습니다. 또 ‘현금화’에 대한 입장은 번복하면서 비판을 불렀는데요. 당초 김 의원은 대선 전후인 지난해 1~3월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인출한 현금이 440만 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지만, 이후엔 “지난해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약 8억 원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은행으로 이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금 출처 및 용처와 관련된 해명과 재산 신고 내역도 충돌합니다. 김 의원은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예금 1억4769만 원, LG디스플레이 5만675주에 해당하는 주식 9억4002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는데요. 이듬해인 2021년 12월 말 예금 규모는 11억1581만 원으로 전년보다 9억6812만 원이 증가했습니다. 변동 사유는 ‘보유주식 매도 금액 및 급여 등’이라고 적시했고, LG디스플레이 5만675주는 전량 매도해 보유 주식은 0원으로 기재됐죠. 이 기간엔 7002만 원 상당의 채무도 전액 상환했습니다. 김 의원이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팔아 가상화폐를 구매했다고 밝힌 기간이 2021년 1∼2월인 점을 고려할 때, 주식을 매각해 가상자산을 구매하고도 1년 사이 10억 원가량의 여유가 생긴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 예금액이 LG디스플레이 주식을 판 돈이고, 코인은 다른 자금원으로 사들였거나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에게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 가상화폐를 2021년 일부 매각해 현금화한 돈을 예치한 게 아니냐는 추측 등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에서 가장 큰 의문을 남기는 지점은 ‘위믹스’입니다. 위믹스는 일명 ‘잡코인’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잡코인의 특징은 급등락을 반복한다는 건데요. 개당 가격이 싸고, 변동성이 커 ‘단타’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곧잘 유입됩니다. 위믹스는 2021년 11월 23일 하루에만 42%의 등락률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유통량 위반 등 문제로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되기도 했습니다. 주식으로 따지면 상장 폐지입니다. 다만, 위믹스는 이 문제를 소명하고 올해 2월 두 달 만에 국내 거래소인 코인원에 재상장했는데요. 현재 가격은 1705원 수준입니다.

김 의원은 위믹스에 투자하게 된 계기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회사는 실체가 없거나, 페이퍼 회사인 경우가 많은데 위믹스 같은 경우는 상장사인 대형 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코인이었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는데요. 시가총액이 4조 원에 달했을 정도로 주목받은 종목임은 틀림없지만, 수억 원의 거액을 ‘몰빵’했다는 건 납득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입니다. 그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이 맥락에서 나왔죠.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치코인, 잡코인은 언제 깡통 찰지도 모르는데 저기다가 10억을 때려 박는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위믹스 고점은 3만 원이었는데, 저는 이미 한참 폭락하던 시점에 매도했다”며 “만약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팔았다면 고점에서 팔거나 폭락 직전에 팔았어야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이해충돌 여부도 남아 있어…가상자산 제도화 논의 재개되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가상자산 ‘이상 거래’ 판단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 중입니다. 김 의원이 재차 해명에 나섰지만, 주식을 팔아 가상자산을 샀는데도 예금이 10억 원가량 늘어난 점, 거액 투자 경위와 현금화 등에 대한 의문이 짙어졌고, 애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코인을 보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검찰은 김 의원의 코인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전자지갑에 들어있는 코인의 출처와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추적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습니다.

수사와는 별개의 문제지만, 김 의원이 수행한 가상자산 관련 활동들이 이해충돌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김 의원은 2021년 7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는데, 이를 두고 가상자산에 투자한 김 의원이 이해충돌 방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된 겁니다.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4조는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이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직무수행을 회피하는 등 이해충돌을 방지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이를 위반해도 별도의 벌칙 조항은 없어 형사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법 26조에 의해 국회 차원의 징계는 가능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일 “이해충돌 여부에 대한 일부 국회의원의 유권해석 요청에 대해 다른 유권해석 사례와 동일하게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은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다시금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 보유 코인을 전원 공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실로 가상자산은 제도권에 완전히 들어오지 않아 현행법상 재산등록 및 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로 관련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커졌는데요. 사실 2018년 1, 2월 당시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가상자산을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습니다. 그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가상자산을 통한 재산 은닉 등을 방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입법 타당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체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점, 재산등록 의무자 협조 없이 증감 여부 파악이 어렵다는 점도 논의될 필요가 있다”고 적시됐습니다. 가상자산을 법적 재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법 개정이 어렵다는 겁니다.

결국 이 개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며 자동 폐기 됐고, 이후로도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이 등장했지만 가상자산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내 가상자산 규모는 매년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세계 최대 기록을 쓰기도 하는 등 투자자도, 규모도 상당한 상황이죠. 지난해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 거래량은 하루 평균 3조 원이었습니다. 가상자산 투자가 일상화된 시점에서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대한 논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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