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장’ 김연실 강력범죄수사부장
“인천국제공항 통한 밀수 엄정 대응”
유관기관 협력…마약 근절에 총력
실무 협의체와 긴밀한 합동 수사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산하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올해 1월 1년여 간 끈질긴 추적 끝에 한‧미 국제 마약조직 실체를 확인하고 국내 조직망을 일망타진했다. 이들 조직이 밀수입한 필로폰은 27.5㎏으로 지난해 미국에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필로폰 38.7㎏의 70% 수준이다. 필로폰 27.5㎏은 90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분량으로 소매가 900억 원 상당이다. 단일 미국 조직 밀수량 가운데 역대 최대다.
필로폰 밀수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누리던 이 밀수조직은 한국 조직이 붕괴되자 관리책을 활용해 이후 석 달 동안 국내 조직망 재건에 나섰다. 하지만 공급 총책을 미(美) 마약단속국(DEA)과 국제공조수사로 계속 쫓던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에 의해 재차 마약류의 국내 유입 및 확산이 원천 차단됐다.
지난달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한‧미 거점 마약밀수 조직원 5명을 포함해 여행객으로 가장하거나 항공화물에 은닉하는 방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마약류를 밀수한 내‧외국인 총 66명을 입건하고 이 중 25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143만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43㎏ 등 밀수된 마약류를 압수했다.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김연실(사법연수원 34기) 강력범죄수사부 부장검사를 11일 인천지방검찰청에서 만났다. 김 부장검사는 ‘최초의 여성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날 본지와 인터뷰에서 “수사의 밀행성을 고려할 때 한‧미 국제 마약밀수조직 사건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두 차례나 한‧미 국제 마약조직 수사결과를 공개한 이유에 대해 김 부장검사는 “마약으로 큰돈을 벌기 때문에 적발돼도 흩어져서 다시 조직을 만들고 범죄가 더 은밀하고 치밀해진다”며 “마약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끝까지 추적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제범죄중점검찰청이기도 한 인천지검은 전국 마약수사에 있어 두각을 보이고 있다. 전년 전체 마약류 밀수사범 1392명 중 인천 지역에서 적발된 마약류 밀수사범은 630명으로 45.3%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전체 마약류 밀수사범 161명 중 84명(52.2%)이 인천 지역에서 적발됐다.
18개 지방검찰청에 마약수사를 전담하는 마약부장검사와 마약수사과장들이 배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팀장을 맡고 있는 김 부장검사를 주축으로 김한준(연수원 42기)‧최진우(변호사시험 3회)‧최세윤(변시 4회)‧나상현(변시 5회) 검사 등 수사관 24명이 포진해 있다.
김 부장검사는 합동수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밀수조직은 책 모양 상자 안에 필로폰을 넣고 외관을 아예 석고로 둘러싸 응고시켜 이중 은닉하는 등 신종 수법을 사용해 마약을 밀수하려 했으나, 인천공항세관의 정밀한 엑스(X)선 검사로 적발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올해 2월 21일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꾸린 데 이어 지난달 10일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지역별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를 확대·구축한 상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18대 지검 마약부장검사·마약수사과장 회의를 열고 ‘마약범죄 특별수사팀’ 출범 뒤 수사상황을 점검했다.
이 총장은 이 자리에서 전국 검찰청 마약전담 부장과 검사들에게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중심으로 모든 검찰 구성원이 합심하고 경찰·해양경찰·관세청·식품의약품안전처·지방자치단체·민간단체와 유기적으로 협력, 이 땅에서 마약을 깨끗하게 쓸어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검찰이 전국적으로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를 확대·구축한 배경에는 ‘인천 지역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가 시초로 작용했다. ‘주요 검‧경 협력 사례’로 대검에 보고된 일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월 인천지검 강력부와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인천본부세관 마약수사과‧중부해양경찰청은 ‘인천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를 발족했다. 매월 정기회의를 기관별로 번갈아 개최하고 있다. 지금까지 16회에 걸쳐 유관기관 간 협의가 필요한 사건을 적극 발굴하는 한편 가상화폐를 이용한 마약거래‧범죄수익 은닉범행 등 중점 수사 분야를 논의‧협력하고 있다.
김 부장검사는 “2021년 1월 1일부터 검찰 직접수사 개시범위가 제한되면서 검찰은 ‘가액 500만 원 이상인 마약류 수출입 또는 수출입 목적으로 소지‧소유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 개시가 가능했지만, 현재까지 마약범죄 전반에 관한 기관 간 상시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며 우수한 합동수사 성과를 거둬 전국 모델로 확대‧시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지검이 인천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를 출범한지 3개월이 경과한 지난해 4월 회원 1000명이 가입한 국내 최대 규모 텔레그램 마약방을 범죄집단으로 의율해 15명을 인지‧기소한 사안은 대표적인 검‧경 협력 사례로 꼽힌다. 단순 마약 판매로 종결될 뻔했던 사건은 검‧경이 적극 소통해 범행의 전모를 규명해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조직적 마약 유통 행위에 최초로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 재판에 넘겼다.
인천 지역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는 전국 단위 840명에 이르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발맞춰 확대‧개편된 상태다. 인천지검‧인천경찰청‧인천본부세관 소속 수사 인력 총 186명을 투입했다. 인천지방검찰청 57명, 인천경찰청 62명, 인천본부세관 69명으로 꾸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미국은 DEA, 국토안보부(HSI), 연방‧주 검찰, FBI, 주 경찰 등 복수기관이 집중적으로 마약수사를 하고 있음에도 적기에 마약확산을 막지 못해 마약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급증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범죄 확산세를 적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사회 기반 전체가 흔들린다”면서 “수사기관 위주의 대응을 넘어 행정 및 교육기관의 역량까지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지검은 이달 열릴 제17차 정례회의에서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인천 지역 마약수사 실무 협의체’로 명칭을 변경하고, 참여기관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