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 고객 상대하는 모든 기업에 과세 정보 보고 의무 부과
“정보 공유 통해 유로화 체계에 가상자산 편입시키겠단 의미”
유럽연합(EU)이 지난달 미카(MiCA) 법안 통과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행정협력지침’ 개정안인 DAC8의 채택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안이 채택되면 EU 및 EU 고객을 상대하는 모든 가상자산 기업은 과세 관련 정보를 보고해야 한다. 국내 전문가는 유로화로 묶인 EU 경제 체계에 가상자산까지 포함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벤야민 앙겔 유럽 경제금융위원회 위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EU 대사들이 DAC8을 만장일치로 지지해 다음 주에 있을 회의에서 합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DAC8은 지난해 12월 8일에 발표된 행정협력지침으로, 가상자산 과세를 위한 유럽 연합 회원국 간 과세 정보 수집 및 교환 등에 대한 내용 담고 있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 규율 법안인 미카(MiCA·Markets in Crypto Assets)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주로 가상자산의 발행, 거래 및 보관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로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격요건과 라이센스 의무화, 자금세탁방지와 시장 관리·감독 규정 등 골자다.
DAC8은 미카 법안의 과세 관련 내용을 보완하기 위해 제안됐다. 법안이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된 정보 수집 및 교환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DAC8을 통해 이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지침은 EU 내 기업 뿐 아니라 EU 고객에게 가상자산 및 NFT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기업에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관련 지침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최소 처벌 수준도 설정했다.
이 같은 지침은 미카 법안 내용과 OECD가 지난해 10월 개정한 가상자산 보고 프레임워크(CARF·Crypto-Asset Reporting Framework)와 공통 보고 표준(CRS·Common Reporting Standard)에 기초해 마련됐다. OECD는 CARF를 통해 가상자산 기업들에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에 세금 보고 의무를 부과했다. 가상자산의 범위에는 스테이블코인, 가상자산 형태의 파생상품, 일부 NFT가 포함된다. 반면 가상자산에 대한 간접투자나 CBDC는 CRS의 적용을 받는다.
DAC8이 절차를 거쳐 승인될 경우, 유럽 연합 내에서 2026년 1월 1일부터 그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위원회는 해당 지침이 채택되면 약 24억 유로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원회는 “공공투자와 서비스의 수익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혁신할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과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동기 세연회계법인 대표 공인회계사 겸 세무사는 “각국 정부가 가상자산 과세를 제대로 못했던 건 결국 자금의 이동이 잘 파악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유럽연합의 경우 유로화를 통해 경제적인 부분이 통합된 상황인데, 정보 공유를 통해 가상자산도 이 체계 안에 담을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DAC8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국내를 예로 들면, 국내 안에서 자금 흐름은 잘 파악이 되지만 해외 거래소 등은 제대로 파악이 안될 수 있다”면서 “(채택되면) 유럽 내에서는 모든 자금 흐름 파악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