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과 재건축을 차별하지 말고 공평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11일 오전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는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내놨다.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들 사이에서 서울시와 정부를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완화가 재건축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리모델링을 부정적으로 보는 서울시가 노후 아파트를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으로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기간에 완화된 재건축 규제와는 달리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걸림돌로 꼽히는 수직증축ㆍ내력벽 허용 문제 해결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리모델링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함께 오갔다.
이근수 이촌현대아파트 조합장은 “서울시의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영기준’에 따라 주택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주거 전용면적 40%를 다 적용받기가 사실상 어려워 사업성도 취약해졌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의 지구단위계획에 대한 사전 자문을 받도록 했다”며 “사실상 서울의 모든 리모델링 아파트는 사전자문을 받게 돼 인허가 심의기간이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즉 조합장들은 서울시가 인허가 심의기간을 이용해 노후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을 포기하고 재건축으로 가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심의 과정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면서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심의기간을 늘려 재건축으로 끌어들이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리모델링은 리모델링대로 재건축은 재건축대로 인정하고 추진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해묵은 논란거리인 수직증축의 폭넓은 허용이다. 실제로 2013년 주택법 개정으로 수직증축이 허용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수직증축으로 허가가 난 곳은 송파 성지아파트와 대치 1차 현대아파트 2곳이 전부다. 협의회는 허가가 저조한 이유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전문기관의 안전성 검토를 꼽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단지가 수직증축 대신 안전성 검토를 거치지 않는 수평증축 방식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회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역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논의는 2016년부터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장기간 표류 중이다.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지 않으면 설계의 제약이 커져 수요자들이 최근 선호하는 형태로 바꿀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김치붕 대치1차 현대아파트 조합장은 “내력벽 철거에 관련 연구용역의 결과가 2020년경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토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어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든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평면구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빠른 시일 내 결정해 주실 것을 국토부에 요청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리모델링 조합에 불리한 구조로 짜인 계약서 문제 해결을 위해 ‘리모델링 표준도급계약서’ 도입 의무화도 제안했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 수주 현장은 수의계약으로, 표준화 된 도급계약서가 없다. 때문에 입찰참여 제안서를 받고, 도급계약서를 작성할 때부터 조합은 완전한 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김 조합장은 "입찰참여 제안서를 제출할 때 물량내역서와 산출내역서를 의무적으로 제안하도록 해 공정별 세부 공사 단가를 조합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