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게임업체서도 잇따라 폭로…“수년간 학회에 후원금 전달했다”
쟁점은 자발적인지, 강압에 의한 후원인지…추가 폭로 가능성도
업체 ‘강압’ vs 학회 ‘자율’ 팽팽…후원금 전체 금액 규모는 비공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수십억원대 ‘위믹스’ 보유 논란이 국내 게임업계와 한국게임학회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게임학회에선 코인을 활용한 게임업체의 로비 의혹을 제기했는데, 업체측에선 사실무근이며 오히려 로비 성격의 후원을 한 곳은 학회라고 폭로했다. 여기에 다른 게임업체에서도 학회에 후원을 하고 있다고 나서면서 게임업계간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위메이드는 김 의원의 위믹스 보유 논란과 관련해 학회가 제기한 의혹 반박에 나섰다. 위메이드 측은 “로비는 사실무근”이라며 “(국회가 아닌) 오히려 한국게임학회에 지난 2020년부터 각종 학술발표 대회뿐만 아니라 설립 20주년 기념 학술 대회 등 총 5회에 걸쳐 2800만 원을 후원한 적은 있다”라고 반박했다.
위메이드가 구체적인 금액까지 언급하며 게임학회에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업계에서는 터질게 터졌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게임학회에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후원해 왔다고 인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A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 거의 모든 게임업체에서 알게 모르게 후원을 했다고 들어 알고 있다”며 “후원을 하지 않은 업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B업체 관계자 역시 “게임학회에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오고 있다”며 “게임학회에서 공문이 와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이 후원하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게임학회에서는 각종 행사 때마다 포스터에 명칭을 표기하며 후원을 받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진행한 ‘2022년 한국게임학회 춘계 학술발표대회 및 총회’ 포스터를 살펴보면 게임업체 후원사로 주요 게임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후원금액을 폭로한 위메이드가 포함돼 있는 만큼 언급된 다른 게임사들도 게임학회에 후원금을 전달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후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대부분의 게임사가 동일한 금액을 후원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2020년부터의 후원금 총액은 수억 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학회 측은 후원금 사용내역 등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학회가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며 “후원을 로비라고 얘기한다면 한국의 모든 학회에서 로비가 아닌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학회를 향한 후원금이 논란이 되면서 쟁점은 자발적 후원인지, 강압에 의한 후원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업체에선 ‘강압에 의한 후원’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게임학회 측은 ‘자율 후원’이라고 맞서고 있어서다. 후원금 논란이 지속된다면 업계간 폭로전으로 이어져 자칫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업계에서는 게임학회의 설립 이유부터 따져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게임학회 정관에 따르면 ‘본 회는 게임과 관련한 학문 및 기술의 연구와 사회적 인식 개선을 통한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며, 국내외 학술교류의 증진으로 국내 게임 산업의 국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현재의 게임학회는 게임업계를 비난하기만 급급해 원래 목적인 게임산업 인식 개선과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학회는 정당한 비판을 통해 산업의 진흥이나 발전 등 모두가 잘 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게임학회는 비판보다는 비난으로 도배돼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게임학회 측은 강압적 후원 요청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동일한 금액의 후원을 공문으로 요청할 뿐 전화 등을 통한 강제적인 압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게임학회 학술발표대회에 강연자로 나서 위믹스에 대해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후원을 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게임학회 설립 20주년 기념 ‘2021년 추계 학술대회’에 강연자로 참석해 ‘한국 게임의 역사와 미래 그리고 우리가 나아가야할 길’이라는 주제로 위믹스와 P2E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위 학회장은 “후원금 관련 공문을 보내는 것은 맞지만 이를 두고 전화를 한다거나 하는 압박은 하지 않는다”며 “모든 기업에 공문을 보내는 것은 통상적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