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vs '또 정치인'…한전 차기 사장 정치인 설

입력 2023-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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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ㆍ지역난방공사 이어 "또 정치인" 푸념도
정치인 장점 외풍 막고 추진력 강해
尹 지지율 의식 요금 최소 vs 재무 개선 요금 정상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12일 나주 본사에서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대회'를 열고 경영진과 직원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전력공사)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사의를 표함에 따라 차기 한전 사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기요금의 비정상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독이 든 성배’를 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한전 사장으로 정치권이 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순교자'와 '또 정치인'이란 시각이 양립한다.

14일 정치권 등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 사장으로 업계, 학계, 관가, 정치권 등에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적임자는 현재 한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물이다. 지금까지 한전 사장으로 공직자, 기업인, 교수, 내부 직원 등이 됐다. 공직자와 기업인의 비율이 높았는데 공기업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한전을 경영해야 하는 이유가 컸다.

차기 한전 사장으론 정치인 올 것이란 설이 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 정치인이 한전 사장 자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한전이 나주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전라도 출신일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번 정부에서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 정용기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현재 에너지 공기업 서열(?) 구도는 맏형 한전을 필두로 가스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뒤를 잇는다. 최근 한수원이 원전 부흥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가스공사와 둘째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맏형이 한전임에는 큰 이견이 없는데, 한전 사장 정치인 설에 일각에선 "또 정치인"이란 푸념도 나온다.

다만 공기업, 공공기관은 정치인 기관장에 대한 반감은 적다. 가장 큰 이유는 기관장이 집권당 출신이기 때문에 외풍을 잘 막아줘서다. 이는 곧 경영목표 추진력으로 연결되며 결국 경영평가(보너스)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현재 에너지 공기업은 상황이 예전과 다르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등 여론 때문에 요금을 억눌러 최소화해야 하는 정부·여당과 최악의 재무 상황을 개선해야 하는 공기업의 입장이 상충하기 때문이다. 자칫 내년 총선 등을 앞두고 지지율 등 여론만을 의식해 회사 재무구조를 악화하는 정부·여당의 의견에 대한 거수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전 누적적자는 38조 원,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은 11조6000억 원에 달한다.

15일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대한 발표가 예정돼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여름철인 3분기, 겨울이 오는 4분기엔 에너지를 평소보다 더 쓰기 때문에 요금인상에 대한 부담이 더 크고 내년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 요금 인상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전 전기요금 이슈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한전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동시 에너지 요금도 안정시키기가 쉽지 않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인사가 임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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