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대형 1채 대신 소형 2채를 선택한 조합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 적용이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서 개인의 재산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4일 서울행정법원은 A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이 서초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종부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건축 당시 대형 주택 1채 대신 분양받은 소형 주택 2채를 대상으로 한 중과세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소형주택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에 따라 요건을 갖추면 합산배제 주택이 돼 1가구 1주택으로 간주했지만 2020년 8월 이 제도는 폐지됐다. 세무서는 2021년 11월 2채를 선택한 조합원에게 2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종부세를 부과했다. 2019년 시행된 종부세법은 3주택자나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자를 대상으로 중과세율을 적용하게 돼 있는 데 해당 아파트는 조정대상지역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번 판단이 개인의 선택권을 크게 제약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대형 1채 대신 소형 2채를 선택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개인이 재산을 운용·관리할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금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1채를 선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지분을 집 2채로 나눠 1채는 실거주하고 나머지는 팔아서 현금화하거나 전·월세로 돌리는 전략을 실행할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어 기존 집을 통해 이런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려던 사람들이 막막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재산권을 둘(또는 여럿으로)로 쪼개서 행사한다는 이유로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등의 불이익을 받는 게 합당하거나 정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도 강조했다.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도 대형주택 1채를 분양받은 다른 조합원과 실질적으로 같은 상황인데도 이를 달리 취급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바뀌면서 예상치 못하게 세 부담이 확 늘어난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법이나 정책은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택 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지역과 입지에 따라 주택값이 천차만별인데 단순히 주택 수가 많다는 이유로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면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합리성과 정당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