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실적 내기도 급급한데…" 혁신금융 포기하는 보험사들[빅블러 시대:K-금융의 한계⑤]

입력 2023-05-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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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실적 낮아 유지 동기 없어"
특례기간 내 제도화 안 돼 '사장'
정부지원 밀려 심사경쟁 못 버텨

금융규제 샌드박스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보험업계 입장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아도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거나, 한차례 연장된 후 사장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비스 출시 후 실적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다 보니, 지속할 유인동기가 없다는 게 이유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은 당장 실적내기도 급급한데 혁신금융서비스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한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와 함께 혁신금융서비스 1호 서비스로 지정된 NH농협손해보험의 ‘온·오프(ON-OFF) 해외여행자 보험’은 4년의 서비스 지정 기간이 만료되면서 지난달 서비스가 종료됐다.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는 지정 후 2년간 유효하며 2년 연장이 가능하다. 특례 최대 기간인 4년 내 제도화되지 않으면 사장되는 구조다.

보험업계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20년 2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미래에셋생명의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이나 한화생명의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도 서비스 2년이 지난 후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아 서비스가 만료됐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료 중 보험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남은 잔액을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보험료 사후정산형 건강보험’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았지만,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같은 시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한화생명의 ‘포인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지급 서비스’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교보생명은 2020년에 혁신금융으로 선정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한 보험 모바일 상품권 서비스’에 대해 지난해 말 연장 신청을 했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올해 만료되는 보험사 혁신금융서비스도 연장 시장이 이뤄질지 회의적인 상황이다. 농협손보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을 활용한 CM보험 e-쿠폰’이 6월 만료되고, 삼성화재의 ‘기업성보험 온라인 간편가입서비스’가 11월 만료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장 기간이 끝났고, 현재 제도화 되고 있지 않으니 해당 서비스는 종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제도 초기에는 성장 정체에 빠진 보험사들이 지정 획득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지만, 현재는 의욕이 한풀 꺾인 상태다. 업황 악화로 당장 실적내기가 급급하다는 게 이유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혁신금융서비스 획득에 나서 것은 새 먹거리 찾기 등 경쟁력 확보의 일환인데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관심이 덜해진 게 사실”이라며 “금융당국도 초기에는 제도 활성화에 적극적이었지만, 보험 영역은 한계점이 있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양새”라고 말했다.

혁신금융서비스가 연장을 통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면밀한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중소형보험사들은 절차 문제뿐 아니라 심사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형 금융회사들은 전담팀을 꾸려 추진 사업을 가로막는 법령을 검토하는 등 법률 자문을 거쳐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낼 수 있지만 중소형사들은 여력이 많지 않다”며 “보험업계에서 규제개선까지 진행돼 정식으로 승인받은 사례도 없고, 한 회사만을 위한 규제 개선 보다는 업계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따라줘야 하는데 핀테크 업체 대비 보험업계는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 정체돼 있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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