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입성에 도전하는 바이오기업들이 고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업공개(IPO) 암흑기 시절에 비해선 분위기가 좋아졌지만, 아직 예전 폼을 되찾지 못했단 점이 아쉬운 탓이다.
1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다양한 분야의 바이오기업이 상장하거나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상황은 공모가 반 토막이 줄을 잇던 지난해보다는 한결 나아졌다. 신약 개발 기업으로 올해 첫 번째 상장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희망 공모가 밴드는 충족하지 못했지만, 상장 후에는 2만 원대에 안착하며 시가총액 50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일 상장한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공모가 할인의 고리를 깨고 희망 밴드의 최상단인 1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는 아직 낙관하기엔 이르단 반응이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청약 흥행의 기운을 상장 후까지 끌고 가진 못하고 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보다 낮은 수준을 맴돈다. 이 회사는 질환특이적 세포치료제 개발에 특화, 원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한 8개의 파이프라인을 갖고 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총 2조3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기술이전에 성공하고, 한때 장외시장에서 시총 1조 원을 넘었던 만큼 여전히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단 평가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기업들이 조심스럽게 수요예측에 나선다.
큐라티스는 증권신고서를 자진 정정하면서 4월 말로 예정됐던 수요예측이 오는 18~19일로 미뤄졌다. 희망 공모가 밴드는 6500~8000원으로, 최대 28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사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근거 자료들을 추가하고, 공모가 희망 밴드와 신주 발행 규모를 포함한 밸류에이션은 기존대로 유지했다”라고 설명했다.
큐라티스는 2016년 설립된 백신 및 면역 질환 전문 기업으로,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사업도 함께 벌이고 있다. 지난해 8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성인 및 청소년용 결핵 백신 ‘QTP101’과 차세대 mRNA인 자가증폭RNA 코로나19 백신 ‘QTP104’다.
체외진단 의료기기 기업 프로테옴텍은 증권신고서 효력발생일이 오는 26일로 바뀌면서 상장 일정을 재차 연기했 다. 5월 31일과 6월 1일 수요예측 예정이며, 공모가도 두 차례 조정을 거쳐 최초 7500~9000원에서 5400~6600원으로 변경했다.
2000년 설립된 프로테옴텍은 세계 최다 알레르기 다중진단 키트인 ‘프로티아 알러지 Q-128M’를 개발했다. 최근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는 점에 주목해 국내 유일 반려견 진단제품을 허가받아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76억 원이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지 약 7개월 만인 올해 3월에 심사를 통과했다.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밟는다.
파로스아이바이오의 대표 파이프라인 ‘PHI-101’은 AI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후보 물질이 국내 최초로 임상 시험에 진입한 사례다. 자체 플랫폼 케미버스(Chemiverse™)는 약 2억3000만 건의 빅데이터와 타깃 질환의 최적 표적단백질 및 최적 화합물의 분석 및 발굴을 할 수 있다. PHI-101은 재발 및 난치성 급성 골수성 백혈병(AML)을 적응증으로 국내와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상장을 준비하는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일단 암울한 상황이 이어지던 고비는 넘긴 것으로 판단한다”라면서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알아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